초등학교 5학년
삼촌의 손에 이끌려 간 탁구장에서
연필을 쥐듯
처음으로 라켓을 잡았을 때
탁구가 운명의 짝이 될 줄은
꿈에서도 미처 짐작하지 못했지
1991년 겨울
후배이자 선배인 탁사 멤버가 내민 손을
덥석 잡고 만 순간
탁사와의 인연의 끈이
고래 힘줄보다 길게 이어질 줄
취중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
갓난아기라 미력하기 짝이 없던 탁사
타대학 동아리의 좋은 먹잇감이었으나
우량아로 초고속 성장하여
안암골에 우승기를 휘날리고
전설로만 남아 있던 탁우회 선배님들과도
기적처럼 기어코 조우했지
일 년을 하루같이 정진 또 정진
한 해 두 해 전통을 쌓아가니
탁사의 포효 한 번이면
모든 대학이 사시나무 떨 듯 떠는구나
마침내 탁우회 55주년
탁구사랑회 35주년을 맞이하니
안암골이 기뻐 환호하고
개운산도 빙그레 미소로 화답하네
이 세상 하직한 뒤
옥황상제께서 세상 나들이를 물을 때
허리가 나가고
무릎이 나가고
엘보로 신음하면서도 열탁을 했으니
한바탕 신명나는 놀이마당이었다고
*고려대 탁우회는 1969년에 창단하였다가 1980년 학원 사태 등으로 공식 활동을 중단하였고, 탁구사랑회는 1989년에 창단하여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