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서울을 떠나며

by 길철현 2024. 11. 22.

납덩이 하나 삼킨 가슴으로

너로부터 멀어지면 녹아 사라지리란

헛된 간절한 소망으로

낯선 도시로 떠나는 막차에 

몸을 싣는다

 

젖은 차창 밖으로

젖은 불빛들 하나둘 성기어 갈 때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도 모른 채

너를 사랑하고만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외줄타기를

멀어질수록 또렷해지는  네 모습 너머로

되새겨 본다

 

인경의 북소리 울려 굳게 닫힌 성문 밖에서

헛되이 두드리던 문고리

귀가하는 네 뒷모습이나 보려 서성이던 

쌍문동 그 골목길 

 

내 아픔이 이 빗물이나 되어

너의 높은 이마, 눈, 코, 자그마한 입술

혹은 심장이나 손 또는 발

그 어느 한 곳이라도 적실 수 있다면

 

                                                   (19931230)

                                                   (20241122)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서  (0) 2024.11.24
일기장  (0) 2024.11.23
꽃의 독백  (0) 2024.11.22
번지점프  (0) 2024.11.19
재인폭포에서 -- 재인의 최후  (0)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