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덩이 하나 삼킨 가슴으로
너로부터 멀어지면 녹아 사라지리란
헛된 간절한 소망으로
낯선 도시로 떠나는 막차에
몸을 싣는다
젖은 차창 밖으로
젖은 불빛들 하나둘 성기어 갈 때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도 모른 채
너를 사랑하고만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외줄타기를
멀어질수록 또렷해지는 네 모습 너머로
되새겨 본다
인경의 북소리 울려 굳게 닫힌 성문 밖에서
헛되이 두드리던 문고리
귀가하는 네 뒷모습이나 보려 서성이던
쌍문동 그 골목길
내 아픔이 이 빗물이나 되어
너의 높은 이마, 눈, 코, 자그마한 입술
혹은 심장이나 손 또는 발
그 어느 한 곳이라도 적실 수 있다면
(19931230)
(202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