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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

[내재율 제3집] 권혜경(86) -- 탄금대에서

by 길철현 2024. 11. 26.

탄금대에서

                        권혜경(86)

 

중원의 푸르름 아래

펼쳐있는 흐름을 알고 있는가.

12만의 귀가

그 옛날 그곳에 있음에도

대문산이 전해주던

가실왕이 아닌 진흥왕을 위한

탄금 소리가,

슬퍼할 수 없는 곡조의 눈물인양

금휴포에 삼켜진다.

알고 있는가.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물새의 날개사이로

천오백 년 한이

뽀얀 물안개처럼 피어오름은,

천둥소리에 끊긴

열두 줄의 화신처럼

그 어느 날 가실왕의 우륵

비운의 탄주가에 닥쳐온

고추 같은 설움은,

한순간 꺼져가는 소나기처럼,

귀를,

눈을,

매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