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시 및 감상/문예창작반(문창반)

[내재율 제3집] 김은정(86) -- 광경

by 길철현 2024. 11. 27.

광경

                     김은정(86)

 

진주빛 바랜 시멘트 담장마다

누런 이불 하나씩 덮고 누운 오후

이제는 가시 돗힌 화려함이

여남은 게 꽃잎으로 흐트러진 너.

지나는 모든 것 발걸음마저

시계에 쫓기듯 서슴지 않고 왔다간 사라져

제철엔 꽃호박이라도 붉게 타고

무진장 쏟아져 내리고

땅거미는 가장 슬픈 표정을 하고는

제 그림자를 주워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