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열 권의 책을 사는데 얼마가 들었다고 생각하는가? 정가대로라면 1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내가 지불한 돈은 단돈 11,700원. 그것도 미셀 오바마의 책 <비커밍>이 5천 원이라서 그렇지, 나머지 책들만 합치면 7천 원이 채 안 된다. 나머지 책들은 5백 원 내지 천 원. 오남희의 시집이 천 오백 원으로 고가이다.
책은 구입을 원할 때는 상품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폐지로 전락한다(폐지 중에서는 고가로 거래된다). 구입한 책을 중고 서적에 판매하려 해도 판매 자체가 거부되거나(심한 경우에는 그냥 놓고 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구입한 가격을 생각할 때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헐값에 지나지 않는다.
드문 경우이긴 하나 사정이 역전되기도 한다. 묵고 묵어서 아주 오래된 간장, 아니 그 이상이 되면 책의 가치는 책 무게에 준하는 금값에 도달할 수도 있다. 흔히 하는 말로 '희귀본'이 되면(그럴 수는 없겠으나 국보라도 된다면!) 정가의 몇 십만 배까지 뛸 수 있다(이야기가 옆으로 잠시 샜다. 그야말로 이건 서적계의 로또이다. 로또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경우에도 1990년대 초에 5백 원 정도에 구입한 강은교의 <허무집>이 현재는 인터넷에 1백만 원에 나와 있다. 판매만 된다면 수익률이 비트코인에 버금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구입하든 도서관에서 대출을 받든 책을 읽고 소화하는 것이겠으나, 나의 경우 노안으로 이제 책을 오래 읽을 수 없으니, 소장에서 더 큰 기쁨?을 찾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노안이 오기 전에도 그랬나?). 그런데, 새 책 값이 만만치 않아(미셀 오바마 책의 경우 정가가 2만 2천 원이다) 중고서적을 많이 구입하는 편인데, 인터넷의 활성화, 알라딘의 등장 등으로 헌책 값 또한 예전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오르고 말았다(일례로 1990년대 초반에 2,3백 원 정도에 구입을 했던 민음사 세계시인선은 현재 인터넷에서 5천원에서 1만 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다. 물가 변동의 지표로 이용되는 짜장면 값이 1,500~2,000원 대에서 7,000원[싸게 4,000원 받는 곳도 가뭄에 콩 나듯이 찾아볼 수 있다]으로 인상된 것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상승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책을 싸게 구입할 수 방법이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공개한다. 그건 바로 <아름다운 가게>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위의 책들도 거기에서 구입했다). 무료로 받은 책을 판매하기 때문에 대체로 책 값이 싼 편인데, 어떤 책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싸다. 특히 연작물의 경우 짝이 안 맞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싸다. 내일 읽고 싶은 책을 이렇게 살 수는 없겠느나,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거나 소장만 원한다면 인내심을 갖고 발품을 팔면 구입이 가능하다(위의 경우에는 한비야의 책이 3,4 권뿐인데, 1권은 집에 있으니 이제 2권만 구하면 된다. 또 이 책은 여행기이기 때문에 연속성은 크게 없어서 다른 권이 없어도 무방하다. 래드클리프 홀의 책도 1권만 있는데 때가 되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구입한 책을 도서관처럼 잘 정리해서 인터넷에 저장해 두었다가 책 구입 때 확인하면 된다. 머리가 아주 비상하거나 책이 많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보유한 도서를 다 알고 있을 수도 있으나, 나의 경우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알라딘에서도 1천 원 정도의 염가로 도서를 내놓는 경우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종이책 수요의 감소, 알라딘의 등장 등으로 전국의 헌 책방은 급속하게 줄어들었고 거래도 바닥을 기고 있다. 또 많은 수는 인터넷 책방으로 변신하였는데 이중 다수는 오프라인의 헌 책방들처럼 개점 휴업 상태이다. 그럼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몇 서점들 중 서울 동묘에 위치한 <영광서점>과 낙성대 옆의 <흙서점>, 대전의 <중도서점>, 청주의 <대성서점>, <중앙서점> 등이 싼 편이다. 영광서점의 경우 매장 밖의 매대에 1천 원 염가 책이 많은데, 잘 살펴보면 그 중에 읽을 만한 것이 꽤 있다. 지난 달에 서울에 올라갔을 때 아는 도서관에 보낼 책 등을 포함하여 80권 이상을 구입했는데 그 총 가격은 1십 5만 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헌 책방에서도 택배는 다 된다. 다량 구입을 하면 할인을 해줄 뿐만 아니라 무료배송까지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놀이 삼아 찾아가야 하는 곳인데 원주 호저면에 있는 <호저도깨비>라는 곳이 있다. 책 외에 의류도 판매하는 곳인데 책 값이 저렴하다. 영화 <내부자들>의 촬영지로 단양 오지에 있는 <새한서점>은 이제는 관광차 가는 곳이 되었다.
지인의 말처럼 코딱지만한 것이 우리나라이지만, 그 코딱지를 헤집는 것도 어려워, 아직 모르는 곳이 여럿 있을 것이다. 다음 기회에 보충을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