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내막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거나, 시간이 지나도 잘 파악이 안 되겠지만, 정말로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고, 정부 내부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만은 명백하다.
얼마 전 저녁에 골목에 불법 주차를 했다가 딱지를 떼었을 때, 교통 흐름에 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날도 어둑어둑한 시간이었는데도 딱지를 뗀다고 화를 내다가, 그래도 내가 법을 어겼으니 과태료를 내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법이란 물론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공인된 폭력'이겠지만, 사회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 일단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법 자체가 문제가 있을 때는 - 법이라는 것도 당연히 시대와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는 것이니까 - 지속적으로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례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개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우리 사회의 민주화 정도를 놓고 볼 때, 권력의 독재화, 장기 집권의 병폐를 막기 위해 설정된 현재의 헌법은 이제 그 효용성을 다하고, 오히려 국정의 연속성을 막는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도 오랫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좋은 의견을 내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최순실'이라는 인물에 대한 의혹을 덮기 위한 미봉책이었다면, 오늘 터져 나온 '대통령 연설문 사전 유출'로 인해 오히려 논란만 더욱 증폭시킨 셈이 될 것이다. 이번 최순실 사건은 과거의 권력형 비리와는 달리 친인척도 또 정치권의 중심에 있는 인물도 아니라는 점에서 특이하기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정부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박근혜 대통령이 복잡한 정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고집불통'이라는 이미지만 키우고 있어도, 개인적으로는 '국가를 위해 한 몸을 바쳐 헌신하겠다는 충정'에는 그래도 최소한의 점수를 주었는데, 이번 일은 정말 정부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안철수 의원의 '이것이 나라냐'라는 말이 심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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