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감기와 함께 어지럽게 지나갔다. 어지러운 가운데, 미국식 민주주의가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하는 것,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촛불로 활활 타오르는 것도 보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의 정신을 위배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힘든 현실을 그나마 버티게 해주는 '공정성'이라는 원칙을 훼손하고 말았다는 점이 특히 그녀를 용서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지러운 가운데 나는 내 나름대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혹은 볼 것인가에 대한 생각 하나를 떠올렸는데(그 장소는 내가 좋아하는 연천의 재인폭포나 안성의 칠곡저수지나 또 북한강과 홍천강이 만나는 관천리 이런 곳이 아니라 탁구장에서 서브 연습을 하면서, 그게 아니라면 바로 그 전에 스윙 연습을 하면서 떠올린 것인데) '옳은 것은 없으면서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것에 대해서 잘 생각을 해보자. 하나의 깨달음이 될 수 있다'라고 휴대폰에 녹음되어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언어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바꿔 말해 언어가 펼쳐보이는 세상의 정당성을 우리는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긴 하지만 반대로 언어의 뛰어난 점은 언어는 언어 자체의 불확정성이나 한계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시대의 소속 사회, 혹은 전 지구적인 패러다임은 - 비록 그것이 알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 엄존한다. 그것의 명확한 인식은 물론, 망각된 과거를 되살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전망하는 일도 필요하다. 거기에서 나라는 개인의 욕망이나 열망, 위치가 빠져서는 안 되리라. 이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성급히 언어의 한계를 외치기 전에 언어가 펼쳐보이는 현실을 반성적으로 살피는 것.'
감기가 잔기침만 남기고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써야 할 글들이 산재해 있는데, 그것들을 형상화하는 작업은 지난하다. 그래도 해나가야 한다. 어려워도 탁구를 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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