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인훈 -- [회색인](문학과 지성사) 98년 11월 3일--4일
이 작품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까? 일단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 작품을 썼을 때의 최인훈의 나이가 27, 8세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가 굉장히 해박하다는 것이고, 또 그 이면은 상당히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걸 끊임없이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기법상 별다르게 여겨지는 점은 없다. 주인공의 의식을 해부해보려는 시도와,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설 혹은 관념이 두드러진다. 1958년과 59년, 자유당 말기, 한 월남 고학생의 의식을 살펴봄으로써, 그가 처한 현실에서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혁명을 꿈꾸는 그와 대비되는 위치에 놓인 친구(김학)이 보이고, 또 종교, 여호와의 증인인지, 아니면 예수재림교회인지를 믿는 여인(김순임)도 보인다.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은 버팅기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음으 주장하면서 “사랑과 시간”을 내세운다. 절망적일 듯한데도 울음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처한 절망이 읽는 나에게는 그만큼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다. 그는 그래도 해답을 성에서 찾는다. 포탄이 쏟아지는 한가운데, 방공호에서 그를 애무하던 뜨거운 입김, 그 성의식이 그를 떠나지 않는다. 가족은 모두 이북에 있고, 월남해 있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고아 아닌 고아가 된 독고준. 그는 자신의 생계를 위해 배신한 매부를 협박한다. 그 매부가 그의 생활을 꾸려가게 도와주고, 또 그 매부의 처제와 사랑에 빠지는 현실. 안개처럼 흐리다. 그는 선택을 할 수 없는 회색인이다. 가족이 없으므로 자유이고, 자유는 선택을 강요하지만, 그는 선택할 수가 없다. 선택해야 할 것이 남아있지 않으므로?
독고준의 의식 속에 나오는 관념의 유희는 그닥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 너 똑똑하다. 그래서, 그래서.
둔한 자는 발빠른 자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자고 하는지 조차도 모르는가?
전체적인 인상은 좋은 쪽은 아니다. ?광장?이 보여주는 힘, 그 힘이 여기는 없다. 유희가 너무 지나치다. 그리고 너무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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