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홍명희(사계절)
[태백 산맥] 이후 두 번째로 읽은 대하 소설이다. 굉장한 소문과는 달리 실망이 큰 작품이었다. 물론 조선조의 풍습과 풍물을 정확하게 되살려 내고, 인물들을 생동감있게 형상화 해낸 점, 그래서 우리 문학에 역사소설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것은 높이 사야할 점이겠지만, 서구의 문예이론과 창작 방법이 깊이 스며든 지금에 있어서 과연 이야기 꾸러미가 소설로서 높이 평가될 수 있는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애초 작품을 읽기 시작할 때는 독서감상문에 응모할 생각이었지만 글을 다 읽고 난 지금에는 이 작품에 대해서 좋은 독후감을 써낼 수 없다는 게 자명하다. 홍명희 씨의 작품은 나와는 분명 맞지 않다. 거기다 작품이 미완으로 어중간하게 끝난 점도 치명적이다.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씨가 구사하는 언어는 배우고 칭찬해야 한다. 우리 말 존대어의 여섯 가지 분류, 그리고 조선 언어의 [어해]라는 이효석 씨의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살아 숨쉬는 우리 어휘도 익혀둘 필요가 있다.
(덧붙임 - 당시 이 작품에 대한 후기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썼음에도 내 생각은 나중에 크게 변해 황석영의 [장길산]이 도덕론으로 치닿는데 반해 오히려 홍명희의 이 작품은 그런 도덕관념을 넘어서서 조선 시대 속으로 좀 더 잘 들어간 작품이라는 쪽으로 그래서 더 낫지 않나,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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