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Dixon, Rhetoric [수사법], 강대건, 서울대학교 출판부
형엽이 형으로부터 [The Rhetoric of Reason]을 넘겨받고, Rhetoric이라는 말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이나마 가지기 위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수사’라는 말을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조리정연하게 말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Abraham Fraunce도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사법은 말하는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사전의 정의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말이나 글을 아름답고 정연하게 꾸미고 다듬는 일’ ([동아 새국어사전])
수사라는 것이 가진 문제점은 ‘수사’가 진실을 가로막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이 책에 따르자면 ‘정연함과 명석성을 제외한 모든 수사법의 기술, 웅변술이 발명한 말의 인위적*비유적 용법은 슬그머니 그릇된 <관념>을 심어 주고 감정을 일으키고, 그렇게 해서 판단력을 오도하기 위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실은 완전히 사기이다(p98)’라는 말로까지 폄하되기까지 한다--‘수사’를 그런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기 보다는, 말이라는 것은 우리말 속담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말 하고자 하는 바’는 ‘말 하는 방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편이 낫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의 대의라고 보여지며, 나의 생각도 그러하다(이것은 나의 이해가 짧은 까닭에서 오는 단순화이긴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을 좀 더 명료하게 밝혀주는 것이 Cicero의 글이다. ‘소크라테스는... 그의 논의 속에서 지혜롭게 생각하는 법과 우아하게 말하는 법을 분리시켰지만 양자는 실지로는 밀접하게 결합된 것이다...(p26)’
그리고 “수사법의 규칙들” 편에서 강조하는 다섯 가지 능력, 즉 발견, 배열, 문체, 기억, 발표라는 요소는 암기해 둘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요약본이라서 대략적인 개요만을 짚고 넘어갔지만, 앞으로 얼마간은 이 수사라는 말과 씨름을 해야할 듯 하다.
*지난 학기 수업 중에 이선이 선생은 나에게 ‘비유’가 특히 약하다고 말했었는지, 그것은 다시 말해서 나의 습작의 부족, 언어의 인습적 사용 등을 꼬집은 말이리라. 이번 기회에 수사와 그 하위에 있는 비유--근대에 들어오면서 이 둘은 좀 더 밀접한 관계가 되었지만--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도록 해야겠다.
*수사학자들
Gorgias--Isocrates--Plato(Socrates)--Aristotle--Cicero--Quinti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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