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구, 겨울 기도, 문학과 지성사
정대구 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시간 관계 상 간단하게 적을 수밖에 없다. 정대구 시의 특징은 자신이 밝히고 있는 다음 글과 거의 일치한다.
나는 나의 시에서 나의 값싼 감상을 용납하지 않으려 했다. 나는 나의 시에서 귀골스런 시의 고고한 측면을 배격하려 했다. 나는 나의 시에서 나의 생활을 도피하거나 기만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그의 시는 진술이 평이하고, 상상력이 빈곤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상상력의 빈곤은 언어의 빈곤이요, 생각의 빈곤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동시에 접근 하고 있다. 김주연은 정대구의 시에서 김수영 적인 요소를 찾는 모양인데, 글쎄다. 다만 표제시 <겨울 祈禱>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강짜로 부는 바람이
남북으로 뻗친 산맥을 달려가며
경기도 화성군 용머리 뒷산
새파란 솔가지를 뚝뚝 부러뜨려서
그 솔나무 아래 집 짓고 혼자 사는
내 제자의 어린 가슴을
후려패는 건 아닌지.
저 미운 바람아 네 비록 미울지라도
이 서울의 대문을 자빠뜨리고
골방 안으로 쳐들어올지라도
나는 너을 미워하거나 욕하거나
등을 밀어내지는 않을 테니
제발 내 비나니
내 골방에다 네 강짜를 죄다 풀어 버리고
더 이상 남쪽을 따라가서
어린 내 님의 가슴에
꽝꽝 못을 치지는 말아다오.
아직 내 님은
놀라기 잘하는 어린 양인 것을.
상처를 감추려는 사람은 어느새
말이 많아진다는 생각, 허공 속으로 눈길을 돌린다는
생각. . . . . .
--이윤학, <제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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