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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독서일기01-05

조지 스무트*키 데이비슨, 우주의 역사, 과학세대 옮김, 까치, 1994 [2001년]

by 길철현 2016. 12. 6.

 

#조지 스무트*키 데이비슨, 우주의 역사, 과학세대 옮김, 까치, 1994

 

 

<감상>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라서 근원적인 의문의 해답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인간도 동물인 까닭에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이러한 근원적인 의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삶이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 이런 여러 의문점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 하는 점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험 물리학자인 조지 스무트(George Smoot)와 과학 기자인 키 데이비슨이 함께 쓴 이 [우주의 역사](원제:시간의 주름 Wrinkles in Time)는 현재 가장 확실하고 설득력 있는 우주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빅뱅(Big Bang: 대폭발) 이론’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무트 교수가 빅뱅 이후 우주의 행성과 항성, 은하 등의 탄생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시공(時空) 속의 극미한 주름(요동, 우주의 씨앗)’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도 생생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선 ‘빅뱅 이론’이 출현하기까지의 우주론의 변천을 살펴보도록 하자.

모두가 알다시피 15세기까지 받아들여져 왔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지구 중심설’은 코페르니쿠스에 의해서 ‘태양 중심설’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니까,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은 천구 속의 지구의 위치를 바로잡음으로써, 항상 신의 감시와 보호를 받아온 인간을 우주의 중심 위치에서 몰아냈고, 완전성과 불완전성을 한데 뒤섞어버(10)’린 그런 것이었다. 20세기로 들어오면서 우주론은 코페르니쿠스가 불러 일으켰던 파장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가지는 가장 광범위한 함축은 정통 견해와는 달리, 우주가 정적이지 않으며 수축하든 팽창하든, 동적이라는 사실이다(49).’
‘1924년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우주의 팽창을 발견한 이래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주장된’ 우주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최초의 설득력 있는 답변은 빅뱅 이론이었다. 대폭발 이론이라고도 하는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약 150억 년 전에 거대한 폭발적 팽창을 일으키며 탄생했다. 1964년 벨 연구소의 펜지아스와 윌슨은 빅뱅 약 30만 년 후에 방출된 빅뱅의 흔적인 복사(절대 온도 3도)를 발견했다. 우주 배경 복사라고 불리는 이 복사의 발견으로 빅뱅 이론은 확실한 증거를 얻은 셈이었다. 그뒤 빅뱅 이론은 1970년대 후반에 조지 가모프가 이론적으로 확립했다(380).’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빅뱅 이론은 몇 가지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우주 배경 복사가 매우 균질적이며 모든 방향으로 골고루 퍼져 있다는 점이었다. 우주 배경 복사가 균질적이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탄생 과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망원경의 발달로 오늘날 우주의 구조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대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항성들이 모여 형성된 은하와 무수한 은하가 모여 이루어진 은하단, 그리고 초은하단과 같은 거대 구조가 있는 반면, 그 사이에는 별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커다란 공동(보이드)이 가로놓여 있다. 마치 거품처럼, 거품의 벽면에 해당하는 곳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항성과 은하들이 밀집해 있고 거품의 한가운데에는 끝없는 진공의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380).’
그래서 프레드 호일을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다는 정상 우주론(steady state theory)을 새롭게 주장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지 스무트 교수의 업적은 ‘우주 탄생 30만 년 후에 나온 복사에서 미세하지만 분명한 온도 편차를 발견’하여, 빅뱅 이론을 위기에서 간단히 구해낸 것이다. 그 온도 편차는 당시 밀도 차이에 의해서 나타난 공간의 비틀림이 우주 배경 복사에 각인된 것이다. 이 밀도 차이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항성, 은하 등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작은 씨앗이었다. 우주 배경 복사에서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곳은 밀도가 높은 곳이어서 이후 항성, 은하, 은하단과 같은 구조를 형성했다. 스무트 교수의 발견으로 빅뱅 이론은 흔들리지 않는 근거를 얻었고, 빅뱅 이후에 항성, 은하 등의 구조가 탄생하는 과정이 해명된 것이다(382).’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앨런 구스 등의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이 이론은 ‘빅뱅 속에서 다시, 극미한 순간 동안 초고속의 빅뱅이 일어났다는 것(222)’으로, 현재 우주의 모습을 설명해 주는데 아주 효과적이고 강력한 이론이다.

이 정도로 수박 겉핥기식이긴 하지만, 빅뱅 이론과 조지 스무트가 우주 탄생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주름’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해 보았다. 끝으로 빅뱅 이후 우주의 변천사를 옮겨본다.

<빅뱅>
1. 우주의 기원--그 물리 법칙이 알려지지 않은 거품상 시공의 기하 이전 구조
2. 우주 탄생 10초 후, 절대 온도 10도: 강한 핵력(강력), 약한 핵력(약력), 전자기력이 구분할 수 없는 하나의 힘으로 결합되어 있다. 흔히 이 시기를 대통일, 또는 GUT시기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 우주 인플레이션이라는 아주 빠른 속도의 가속적인 팽창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 인플레이션이 우리 우주를 거대하고 평평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 인플레이션은 탄생하는 시공에 주름을 만들기도 했다.
3. 우주 탄생 10초 후, 절대 온도 10도: 강한 핵력이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당시 우주는 쿼크, 전자, 그리고 그밖의 다른 소립자들로 들끓는 플라즈마 상태였다. 인플레이션이 끝나자 우주의 팽창 속도는 중력의 영향으로 점차 느려졌다.
4. 우주 탄생 10초 후, 절대 온도 10도: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이 분리되었다. 이 무렵 물질은 반물질에 비해 극미한 정도로(물질 입자 10억개 대 반물질 입자 10억 개 정도로) 많았다. 쿼크가 결합해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생성할 수 있었다. 이제야 소립자들은 실체를 얻게 되었다. 이 순간이 미국 SSC 가속기와 CERN의 대규모 하드론 가속기(LHC)에 의해서 조사된 에너지 준위이다.
5. 우주 탄생 1초 후, 절대 온도 10도: 중성미자의 영향이 사라지고, 전자와 반전자가 쌍소멸을 일으키면서 잔류 전자만 남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주의 활동적인 구성 요소로 우주 배경 복사가 가장 지배적이었다.
6. 우주 탄생 3분 후, 절대 온도 10도: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 에너지가 우주 배경 복사 에너지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해서 원자핵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가벼운 원자핵이 빠른 속도로 합성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중수소(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중성자가 결합), 그 다음에 보다 무거운 원소로 헬륨에서 리튬(세 개의 양성자와 네 개의 중성자)까지 생성되었다. 이때 생성된 원자핵의 약 75퍼센트는 수소(한 개의 양성자)이고 25퍼센트는 헬륨 원자핵(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이었다. 그밖의 다른 원소들은 극히 희박했다. 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이후 항성 내부에서 일어난 핵 반응으로 생성되었다.
7. 우주 탄생 30만 년 후, 절대 온도 3천 도: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해서 중성의 원자를 형성하게 되자 물질과 우주 배경 복사 사이의 상호작용이 끊어지게 되었다. 우주는 맑게 개어 우주 배경 복사가 방출될 수 있었다. 따라서 코비는 이 마지막 분리의 시기를 지도로 그릴 수 있었다.
8. 우주 탄생 10억 년 후, 절대 온도 18도: 최초의 파문에서 생성된 물질의 덩어리가 퀘이사, 항성, 그리고 은하의 원형을 형성했다. 항성 내부에서 높은 압력과 온도하에서 초기에 생성된 수소와 헬륨이 융해되어 탄소, 질소, 산소,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었다. 새롭게 생성된 원소들은 항성풍, 초신성 폭발의 영향으로 멀리 흩어져 이후 새로운 항성, 행성, 그리고 생명의 탄생을 가져오게 되었다.
9. 우주 탄생 150억 년 후, 절대 온도 3도: 이제 우리는 현재에 도달했다. 50억 년 전, 우리의 태양계가 초기 항성들의 잔재에서 응축되었다. 화학적 과정을 통해서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를 형성하고 나아가 더 복잡한 고체와 액체가 나타났다. 항성의 먼지 속에서 태어난 인간은 이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제1장> 태초에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창조의 순간에 프라임 무버(Prime Mover:원동력,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창조자)가 천구에 완벽하고 영원한 운동을 부여했다고 한다. 태양, 달, 행성들, 그리고 중심에 위치한 지구 주위를 도는 여덟 개의 천구에 고정되어 있는 수많은 항성들이 하늘에 있었다. 비어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것은 성스러운 존재로 가득 차 있었다. 모든 물질은 흙, 물, 공기, 불의 4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다. 다섯 번째 요소가 천구를 형성했는데, 그것은 파괴되지도 않고 다른 것으로 변화할 수도 없는 완벽한 물질이었다. 이러한 제5의 원소를 에테르(aether)라고 불렀다. 하늘은 완벽했고 불변이었으며, 반면 땅은 저급했고 쇠락의 운명을 지고 있었다. (9)
*1514년에 교황은 폴란드의 수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에게 역법(曆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코페르니쿠스는 교황의 요구를 수락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하늘의 천체와 그 운동 사이의 관계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페르니쿠스는 그 작업을 행했고, 1543년에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라는 저서를 발간한 뒤 세상을 떠났다. 그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의 기초를 허물어뜨리는 저작이었고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을 담고 있는 기독교 신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코페르니쿠스의 저서는 당시 대두하던 르네상스적 세계관의 산물이었다. 르네상스의 세계관은 논리, 수학, 그리고 관찰에 높은 가치를 두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우주론은 천구 속의 지구의 위치를 바로잡음으로써, 항상 신의 감시와 보호를 받아온 인간을 우주의 중심 위치에서 몰아냈고, 완전성과 불완전성을 한데 뒤섞어버렸다. 코페르니쿠스의 이 저작은 아리스토텔레스 우주론의 종말을 불러온 서막이었다. (10)
*이 책의 주제이자 과학사에서 등장하는 여러 주제 중 하나는 어떤 이론도 신성불가침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학 기술과 실험적 천재성 덕분에 우리의 연구력이 확장되어감에 따라 우리는 직접 관찰한 사실에 맞게 우리의 이론을 수정해나가야 한다. (15)
*우리 우주는 가장 작은 양자(소립자 중의 하나이며, 그로부터 우리에게 알려진 모든 물질이 만들어졌다) 크기의 파편에서 시작되어 본질적으로 끝이 없는 팽창을 계속하게 되었다. 팽창하는 우주에 대한 이론은 빅뱅 이론(big bang theory: 대폭발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우주론자들에게 빅뱅은 지난 30년 동안 과학을 지배해왔던 강력한 이론이다. 그 말 자체가 함축하고 있듯이 이 이론은 우주가 시작되는 순간을 강력한 폭발의 장면으로 상상하고 있다. 그러나 빅뱅은 일반적인 폭발과는 달리, 이미 존재하는 공간 속으로의 운동이 아니었다. 빅뱅은 팽창하면서 공간을 창조했다(그리고 계속 창조하고 있다). 빅뱅은 물질과 공간의 대변혁적 창조 과정이었다. 빅뱅이 일어날 수 있었던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따로 떨어져 존재한다는 상식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15)
*은하들은 다시 군집을 이루어 수천 개나 되는 은하들이 한데 모인 은하단을 이루고, 심지어는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초은하단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런 거대한 은하단은 그 구조도 어마어마해서 어떤 것은 크기가 수백만 광년에 달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주 속의 물질은 비누 방울로 이루어진 거품과도 같다. 비누 방울의 벽에 해당하는 곳에 수많은 은하들이 밀집되어 있고 그 안쪽은 거대한 빈 공간에 해당하는 셈이다. (19)
*원자핵 속에서 중성자와 양성자를 결합시키는 힘(강한 핵력)은 전자를 원자에 붙들어매두는 전기적인 힘이나 지구가 우리들을 끌어당기는 중력처럼 단순하고 깔끔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에너지 상태에서 물리학은 매우 혼란되어서 마치 뒤범벅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강한 핵력은 아주 복잡했다. 이 힘은 물리학을 그토록 아름답고 모든 것의 근본으로 만들어주었던 패턴을 거꾸로 뒤집은 격이다. 이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물리학은 분리되어 있고, 기억되고 설명을 가해야 할 사물의 숫자를 줄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이 상호작용은 오늘날 더 복잡해졌고, 아직까지 어떤 용도도 알려지지 않은 과잉의 입자들이 발견된 것이다. (22-3)
*스탠퍼드 가속기 이론가인 제임스 뵈르켄은 그들의 실험으로 양성자가 가장 근본적인 입자가 아니며, 실제로는 더 작은 입자들--그들은 그 입자를 파톤(parton)이라고 불렀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오늘날 쿼크(quark)라고 불리는 훨씬 단순한 점과 같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했다. 이 쿼크들의 상호작용이 더 약해지거나 단순해질수록 쿼크들은 더 가깝게 결합하고 쿼크의 에너지 또한 높아진다.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다른 부수적인 입자들은 모든 쿼크의 불안정한 결합의 결과물일 뿐이다. 이처럼 불안정한 결합은 순식간에 분열을 일으켜 보다 안정된 결합을 이룬다. (24-5)

<제2장> 어두운 밤하늘
*1905년과 1915년 사이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해서 과학자들이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을 영원히 바꾸어놓았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공간과 시간, 물질과 에너지가 각기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주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만든 용어인 질량-에너지, 시공(時空) 사이의 관련을 보여주면서 뉴턴의 중력 법칙을 수정했다. 뉴턴은 중력을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보았지만,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공간의 기하하적 구조 위에서 일어나는 질량의 효과로 보았다.
두 가지 관점의 차이는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서 쉽게 나타낼 수 있다. 가량 어떤 행성 근처를 비행하는 우주선을 생각해보자. 뉴턴 물리학은 우주선의 경로가 일직선에서 휘게 되는 것이 행성의 중력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우주선은 아무런 힘도 느끼지 못하며, 우주선의 입장에서는 직선 경로라고 생각되는 길을 따라 나가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행성의 질량으로 공간이 휘어졌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우주선이 휘어진 경로를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선이 아무런 힘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우주선은 뉴턴의 운동 제1법칙, 관성의 법칙을 따라서 일정한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그러나 휘어진 시공 속을 움직인다.  (43)
*일반 상대성 이론이 가지는 가장 광범위한 함축은 정통 견해와는 달리, 우주가 정적이지 않으며 수축하든 팽창하든, 동적이라는 사실이다. (49)
*초기에 아인슈타인이 스스로 세운 상대성 이론의 함축을 거부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만약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면 먼 옛날 우주는 어떤 한 점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시공은 아득한 과거에 한 “점” 속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은 무한한 밀도를 가진 무한히 작은 “특이점”이다. 그런데 특이점에서는 어떤 계산도 무의미한 해를 내놓기 때문에, 특이점 “이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계산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특이점은 인간의 지식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특이점은 인간의 지식으로 넘을 수 없는 궁극적인 벽이 되는 셈이다. 이런 생각은 아인슈타인에게는 불합리한 개념으로 비쳤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방정식이 품고 있는 논리를 빗겨나가려고 애썼고, “우주항”이라는 자의적인 항을 덧붙여서 자신의 방정식을 수정하려고 했다. 우주항이라는 그 성질이 알려지지 않은 힘으로, 우주 공간 속의 물질들의 인력을 상쇄시키는 힘이다. 다시 말해서 인력과 우주항이라는 두 가지 힘이 서로 상쇄되어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 정적인 우주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우주항이 존재한다는 아무런 증거도 가지지 못했다. 그것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임기응변이라는 이름을 붙인 곤경에서 탈출하기 위한 묘안의 성격을 가진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주항은 자신의 수학 방정식 속에 구현된 그의 철학을 나타내는 것이다. (50)

<제3장>팽창하는 우주
*허블은 세페이드 변광성의 겉보기 광도와 주기를 기초로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리빗의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가 80만 광년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거리는 우리가 은하계내에 있는 항성까지의 통상 거리의 10배가 넘는 거리였다@. 따라서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계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며, 그 자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임이 분명했다. 허블은 마침내 그의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야 천문학자들은 성운이 독립된 은하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위 은하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은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우주가 이전의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의미였다. 허블의 발견으로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가 여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61)
@이 추정치는 끊임없이 상향 조정되어 약 2백만 광년으로까지 늘어났다. 이것은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이 2백만 년 전에 안드로메다 은하를 떠났다는 뜻이다. 그 무렵이면 인류가 속하는 사람 속(屬)이 아프리카에서 막 진화를 시작한 시기였다.
*현재의 자연계의 질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개념이 그<에딩턴-인용자>의 비위를 거슬렀던 모양이다. 나는 양자론의 현상황이, 이 세계(우주)의 시초가 현재 자연계의 질서와는 사뭇 달랐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양자론적 관점에서 볼 때 열역학 원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1)불변 총량 에너지는 이산량(離散量)으로 나누어진다. (2)개별량의 숫자는 계속 증가한다. 만약 우리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는 양의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주의 전(全)에너지가 몇 개, 또는 단 하나의 특이한 양자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 원자적 진행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정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 개념은 소수 양자가 관여하는 개별 현상에 적용되었을 때에는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만약 이 세계가 하나의 양자에서 시작되었다면 시간과 공간의 움직임은 태초의 순간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본원적인 양자가 충분한 숫자의 양자로 분리된 이후에야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가정이 옳다면 이 세계의 시초는 시간과 공간이 탄생하기 직전에 이루어졌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우주의 기원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계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가능할 수 있으며 그 누구의 비위를 거스르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72) [르메르트의 편지: 빅뱅 이론 헌장이라고 불림]
*가모프는 태초에 우주가 원시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시 물질을 아일럼(ylem:그리스 어로 “원시 물질”이라는 뜻임)이라고 불렀다. 아일럼은 매우 높은 온도(1백억 도)의 중성자 가스였다. 대다수의 아일럼이 “자유로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은 양성자, 그리고 양성자에 부수되는 전자와 중성미자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중성자와 양성자가 뒤섞여 끓고 있는 바다가 생겼다. 높은 온도에서 중성자와 양성자는 점점 더 무거운 원소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같은 숫자의 양성자를 가지는 일부 원소들은 서로 다른 숫자의 중성자를 가지게 되었다(이런 원소들은 동위 원소라고 불린다). 가모프의 관점에 따르면 전우주에 있는 모든 원소는 빅뱅이 일어난 후 최초의 20분 동안 생성되었다고 한다. (81)

<제4장> 우주론의 혼란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주는 항상 같은 상태--본질적으로 언제나 지금과 똑같은 모습--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동일한 것은 공간뿐 아니라 (수년 동안 받아들여졌듯이)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100억년 전이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나 그 모습은 오늘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이론을 지지한 과학자는 모두 세 명이었다. 최소한 이 이론으로 골치 아픈 빅뱅 이론을 제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빅뱅 이론은 시간과 공간에 출발점을 설정하기 때문에 인간의 정신으로는 그 출발점(시작) 너머를 결코 헤아릴 수 없다. (88) [프레드 호일, 본디, 골드 등이 주장한 정상 우주론]

<제5장> 반(反)세계를 찾아서
*반물질이란 무엇일까? 반물질로 이루어진 암석은 보통 암석과 똑같이 보일 것이다. 반물질로 이루어진 사람도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반물질로 이루어진 항성 역시 다른 항성과 똑같은 모습을 가질 것이다. 게다가 반물질로 만들어진 물체는 일반 물질과 똑같은 물리적 특성을 나타낼 것이다. 반물질 역시 섭씨 100도에서 끓고 0도에서 얼 것이다. 심지어는 앞의 시에 나오는 텔러 씨처럼 우리들 모두가 반물질로 된 살아 있는 유령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반-여러분을 만난다면 절대 악수를 해서는 안 된다! 물질과 반물질이 접촉하면 상대를 소멸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모든 질량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격렬한 폭발과 함께 완전히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이 현상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가장 훌륭하게 보여준다. 질량은 에너지와 등치이다, , 그 역도 성립한다. (118)
*영국의 양자 물리학자 폴 디랙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노력을 통해서 1929년에 반물질의 존재를 주장했다. . . . 디랙의 결론은 명쾌한 것이었다. 물질이 에너지에서 탄생했을 때, 똑같은 양의 반물질도 함께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에 있는 모든 양성자는 그 반양성자를 가져야 한다. 또한 중성자는 반중성자를, 모든 전자는 반전자를. . . 이런 식으로 모든 소립자는 반소립자를 가진다는 것이다.+ (120)

+인과율은 모든 소립자에 대해서 반소립자의 존재를 요구한다. 인과율이란 한마디로 어떤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개념이다. 만약 입자-반입자의 거울쌍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인과율이 사실일지--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운동하는 서로 다른 관찰자는 어떤 사건이 반대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한다--확실치 않다. 제한적인 의미에서 시간을 거슬러 움직이는 반입자는 제 시간 방향으로 움직이는 입자와 동일한 운동을 한다. 또한 시간을 거슬러 움직이는 입자는 제 시간 방향으로 움직이는 반입자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대체성이 시공 시간 대칭성이다. 
*“빅뱅은 신화에 불과할 뿐, 결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우주는 영원하며 150억 년 전에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 . . 소위 ‘팽창하는 우주’란 우주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부분에 국한된 팽창일 뿐이며, 영원 속에서 무수히 되풀이되는 미니-빅뱅 중 하나일 뿐입니다. 미니-빅뱅은 물질과 반물질의 충돌로 일어납니다.” (127) [알프벤의 주장]
*현대 우주론의 관점에 비추어볼 때 사하로프의 제안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빅뱅 이후 최초의 순간(처음 백만분의 1초 동안)에 일어난 과정을 통해 물질이 반물질에 비해 약간 많게 되었다. 그런 다음 물질과 반물질 입자들은 상호 소멸을 일으키면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했다. 이 과정에서 근소한 차이로 많은 물질이 살아남아 오늘날의 우주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질-반물질 소멸 과정에서 나온 거대한 에너지는 우주 배경 복사 광자(빛 에너지의 다발)의 형태로 증명된다. 여기에서 바리온(baryon: 양성자, 중성자와 같은 무거운 입자들을 총칭하는 말)은 우주 광자에 비해서 십억 개에 한 개 꼴이었다. 이 시나리오에서 현재의 우주는 거의 배타적으로 물질(대소멸의 초기 혼란상을 피한 극히 일부의 반물질을 포함한)로만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우주 광자와 바리온의 비율은 10억대 1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은 오늘날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140)

<제6장>우주를 정찰한 첩보기

<제7장> 새롭게 밝혀진 우주의 모습
*우리는 은하들이 전우주에 걸쳐 매우 균질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낡은 관념을 무너뜨리고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우주의 일부 영역은 은하가 전혀 없는 텅 빈 공간(Void, 공동)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반면 다른 곳에는 수십, 수백억의 은하들이 한데 모여 거대한 초은하단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구조는 수억 광년 떨어져 있는 다른 은하에 엄청난 중력 효과를 일으킨다. 우리가 발견한 사실로는 우리 은하계 역시 그러한 초은하단의 인력의 희생물이었다. 은하계는 초속 600킬로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눈에 보이지 않고 지금까지 상상할 수도 없었던 거대한 초은하단에 이끌려가고 있다. (194)

<제8장> 어둠의 본질
*우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라는 문제는 마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그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우주에 충분한 양의 질량이 있다면, 중력의 힘은 미래의 어느날 빅뱅 이후의 팽창을 정지시키고 심지어는 팽창의 과정을 역전시켜 “빅 크런치”(big crunch)라는 대격변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해 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질 만큼 질량이 충분치 않다면 팽창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고 우주의 온도 또한 계속 떨어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빅 칠”(Big Chill: 끝없는 냉각)이라고 부른다. 어떠한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간에--아직 우리는 그점에 대해서 확실히 알 수 없다--그 사건은 다행스럽게도 아주 먼 미래, 최소한 50억 년 이후의 일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놓인다. (201-2)

<제9장>인플레이션 우주
*인플레이션은 매우 강력한 이론이어서 우주론의 세 가지 매우 중요한 문제를 해명해준다. 첫 번째로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 배경 복사의 균질성으로 밝혀진 극도로 균일한 초기 우주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우주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불규칙한 구조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이 이론은 자기 단극자를 비롯해서 초기 우주의 가설상의 잔해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를 밝혀준다. 또한 우주가 회전하지 않는 이유, 우주의 편평성과 균질성이 상실된 이유, 그리고 심지어는 아인슈타인의 우주항이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는 사실까지도 밝혀냈다. 세 번째로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주가 팽창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크기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한 귀퉁이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왜소한 셈이다. (223)
*오늘날 인플레이션 이론이 현대 우주론에서 가장 지배적인 이론이라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우주의 기원에 얽힌 모든 의문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해답을 제시했다. 오늘날 우주론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빅뱅 속의 빅뱅(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빅뱅의 정상적인 팽창과는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짧고 폭발적인 팽창이 어떻게 우주 탄생의 초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가? . . . 구스는 GUTs에서 영감을 얻었다. GUTs의 마지막 단계인 10초에 대칭성이 파괴되고 강력과 전약력(電弱力)이 분리되어나간다. 대칭성 파괴가 일어나기 전에는 힘과 물질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초기 진공은 엄청난 에너지 밀도로 가득 차 있었다. 탄생의 초기 순간에 우주가 팽창하고 더 많은 공간이 생성되자, 이 공간 역시 에너지 밀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팽창은 일정한 속도로 계속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크기는 매 10초에 2배 크기로 성장했을 것이다. 이 비율이라면 10초 동안에 우주는 천 번이나 두 배로 확장되는 셈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기 어렵겠지만, 천 번 두 배로 팽창시키는 과정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위력이며 이 위력이 눈 깜박하기도 전에 우주의 크기를 10이상의 크기로 팽창시켰다. (238-9)

<제10장> 밝아오는 전망

<제11장> 코비의 영향

<제12장> 최초로 발견된 주름
*주름을 발견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4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다. 먼저 우리들은 우주의 모든 곳에서 균일하게 보이는(펜지아스와 윌슨에게 나타났던 모습처럼) 우주 배경 복사를 관측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로 우리는 쌍극, 즉 우리 은하의 고유 운동에 의해서 일어나는 배경 복사의 미세한 편차를 관측한다(U-2를 통해 이미 확인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 처음 우주에 나타난 뒤틀림(distortion)에 해당하는 4극을 발견해야 한다(프란세스코 멜초리와 데이비드 윌킨스의 연구 팀은 1981년에 이것을 발견했다고 착학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주름 그 자체, 즉 태초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308)

<제13장> 과학 연구를 하기에는 너무 혹독한 곳

<제14장> 궁극적 의문을 향하여
*주름의 발견은 점점 더 반대론자들이 빅뱅 이론에 대해서 공격을 퍼붓던 시기에 간단히 빅뱅 이론을 구해냈다. 그 결과는 오늘날의 우주가 실제로 탄생 직후 최초의 1초 이내에 일어난 극미한 양자 요동으로부터 형성되었음을 알려준다. 후일 스티븐 호킹은 우리의 발견을 “20세기, 아니 어쩌면 전역사에 걸쳐 가장 중요한 발견일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355)
*“우리는 초기 우주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구조들을 관측했습니다. . . . 이 구조들은 은하, 은하단 등과 같은 현재의 우주 구조의 원시 씨앗들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 구조들은 우주의 탄생기에 남겨진 시공이라는 직물(織物)에 거대한 주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최상급 표현을 사용해도 우리가 발견한 구조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이 구조들이 수억 광년 크기의 그레이트 월을 난쟁이로 보이게 할 만큼 엄청난 거리에 뻗어 있다고 말했다. 그중 어떤 것은 너무나 거대해서 빛이 우주의 나이 동안 그 구조를 건너오지 못할 정도였다. 얼마나 근본적인가? 나는 여러 가지 비유를 들었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비유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만약 여러분이 종교를 믿는다면 그것은 마치 신을 보는 것과 같다.” 빅뱅은 문화적인 성상(聖像)이자 창조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었다. (361-2)
*내가 강력한 확신, 언젠가 우리가 창조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끔 하는 생각은 우리가 창조의 순간에 다가가고 있으며, 우주를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와 법칙들이 점차 간단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에 대한 가장 훌륭한 비유는 삶 그 자체, 아니 더 간단하게 한 인간이다. 우리들 각자는 거대한 복합체, 서로 다른 수많은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행동과 생각이 가능한 존재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추적해서 탄생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하나의 난자가 하나의 정자에 의해서 수정되는 순간에 이르게 된다. 개체는 점점 더 단순화되어 결국에는 염색체의 집합인 DNA에 부호화된 정보로 환원될 것이다. DNA 부호가 성숙한 개체로 점차 변화되어가는 과정은 DNA의 정보가 번역되고 생명의 여러 단계를 통해서 발현됨으로써 이루어지는, 드러냄과 복잡화의 과정이다. 나는 우주 역시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우리는 현재의 우주가 얼마나 복잡한지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존재 역시 그 복잡성의 일부인 것이다. (364)
*일부 물리학자들은 물질이 궁극적으로 특정한 본질적인 성격만을 가진 점상(點狀) 물질로 환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물리학자들은 소립자가 극미한 끈(string)이며, 이 끈의 진동이 소립자의 특성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어느쪽이든 인플레이션과 같은 특정 개념과 결합해서 우주가 거의 무(無), 실제로는 무가 아니지만 사실상 무에 가까운 상태에서 탄생했다는 설명을 할 수 있다. 완전한 무는 아니지만 사실상 무로부터의 창조인 것이다. (367)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서 우주의 근본적인 성질을 결정하는 수치에서 아주 작은 차이가 발생해도 어떤 우주도 생기지 않거나, 또는 최소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는 전혀 다른 우주가 생긴다는 점은 분명하다. (367)

<빅뱅>
1. 우주의 기원--그 물리 법칙이 알려지지 않은 거품상 시공의 기하 이전 구조
2. 우주 탄생 10초 후, 절대 온도 10도: 강한 핵력(강력), 약한 핵력(약력), 전자기력이 구분할 수 없는 하나의 힘으로 결합되어 있다. 흔히 이 시기를 대통일, 또는 GUT시기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 우주 인플레이션이라는 아주 빠른 속도의 가속적인 팽창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 인플레이션이 우리 우주를 거대하고 편평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 인플레이션은 탄생하는 시공에 주름을 만들기도 했다.
3. 우주 탄생 10초 후, 절대 온도 10도: 강한 핵력이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당시 우주는 쿼크, 전자, 그리고 그밖의 다른 소립자들로 들끓는 플라즈마 상태였다. 인플레이션이 끝나자 우주의 팽창 속도는 중력의 영향으로 점차 느려졌다.
4. 우주 탄생 10초 후, 절대 온도 10도: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이 분리되었다. 이 무렵 물질은 반물질에 비해 극미한 정도로(물질 입자 10억개 대 반물질 입자 10억 개 정도로) 많았다. 쿼크가 결합해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생성할 수 있었다. 이제야 소립자들은 실체를 얻게 되었다. 이 순간이 미국 SSC 가속기와 CERN의 대규모 하드론 가속기(LHC)에 의해서 조사된 에너지 준위이다.
5. 우주 탄생 1초 후, 절대 온도 10도: 중성미자의 영향이 사라지고, 전자와 반전자가 쌍소멸을 일으키면서 잔류 전자만 남게 된다. 그러나 아직도 우주의 활동적인 구성 요소로 우주 배경 복사가 가장 지배적이었다.
6. 우주 탄생 3분 후, 절대 온도 10도: 양성자와 중성자의 결합 에너지가 우주 배경 복사 에너지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해서 원자핵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가벼운 원자핵이 빠른 속도로 합성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중수소(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중성자가 결합), 그 다음에 보다 무거운 원소로 헬륨에서 리튬(세 개의 양성자와 네 개의 중성자)까지 생성되었다. 이때 생성된 원자핵의 약 75퍼센트는 수소(한 개의 양성자)이고 25퍼센트는 헬륨 원자핵(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이었다. 그밖의 다른 원소들은 극히 희박했다. 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이후 항성 내부에서 일어난 핵 반응으로 생성되었다.
7. 우주 탄생 30만 년 후, 절대 온도 3천 도: 전자가 원자핵과 결합해서 중성의 원자를 형성하게 되자 물질과 우주 배경 복사 사이의 상호작용이 끊어지게 되었다. 우주는 맑게 개어 우주 배경 복사가 방출될 수 있었다. 따라서 코비는 이 마지막 분리의 시기를 지도로 그릴 수 있었다.
8. 우주 탄생 10억 년 후, 절대 온도 18도: 최초의 파문에서 생성된 물질의 덩어리가 퀘이사, 항성, 그리고 은하의 원형을 형성했다. 항성 내부에서 높은 압력과 온도하에서 초기에 생성된 수소와 헬륨이 융해되어 탄소, 질소, 산소,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었다. 새롭게 생성된 원소들은 항성풍, 초신성 폭발의 영향으로 멀리 흩어져 이후 새로운 항성, 행성, 그리고 생명의 탄생을 가져오게 되었다.
9. 우주 탄생 150억 년 후, 절대 온도 3도: 이제 우리는 현재에 도달했다. 50억 년 전, 우리의 태양계가 초기 항성들의 잔재에서 응축되었다. 화학적 과정을 통해서 원자들이 결합해 분자를 형성하고 나아가 더 복잡한 고체와 액체가 나타났다. 항성의 먼지 속에서 태어난 인간은 이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역자 후기>
*조지 스무트 교수가 30여 년에 걸친 연구의 결과로 시공의 “주름,” 오늘날 우리 우주가 탄생할 수 있었던 우주의 “씨앗”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세계의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은 1992년 4월 말이었다. 도한 그 씨앗은 “우주론의 성배(聖杯)”로서 천체 물리학자들, 특히 실험 물리학자들의 구극적인 탐구대상이었다. “시간의 주름”(wrinkles in time)은 우주론에서 “이중 나선 구조”(double helix)에 해당되는데, 이중 나선 구조가 생명 형성에 대한 열쇠라면, 시간의 주름은 우주 형성에 대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이중 나선 구조의 발견이 20세기 생물학의 최대의 발견 중 하나라면, 시간의 주름의 발견은 20세기 우주론의 최대의 발견 중 하나이다. 따라서 천체 물리학의 권위 스티븐 호킹 박사가 “금세기의 과학적 발견”이라고 상찬한 스무트 교수의 발견을 우리나라의 저널리즘에서는 “우주 대폭발 온도차로 틀 잡아,” 그리고 “마침내 벗겨진 우주생성 비밀”이라는 큰 제목으로 소개했다. (379)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 되었는가”라는 물음은 우주론자나 과학자들뿐 아니라 역사 이래 모든 사람들의 궁극적인 의문이었다. 1924년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우주의 팽창을 발견한 이래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주장된 이러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최초의 설득력 있는 답변은 빅뱅 이론이었다. 대폭발 이론이라고도 하는 빅뱅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약 150억 년 전에 거대한 폭발적 팽창을 일으키며 탄생했다. 1964년 벨 연구소의 펜지아스와 윌슨은 빅뱅 약 30만 년 후에 방출된 빅뱅의 흔적인 복사(절대 온도 3도)를 발견했다. 우주 배경 복사라고 불리는 이 복사의 발견으로 빅뱅 이론은 확실한 증거를 얻은 셈이었다. 그뒤 빅뱅 이론은 1970년대 후반에 조지 가모프가 이론적으로 확립했다. (380)
*우주는 빅뱅(대폭발)을 일으킨 후 일정 기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물질과 복사가 마치 수프처럼 한데 섞여 있었다. 약 30만 년이 지나자 우주의 팽창으로 점차 온도가 떨어졌고,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전자는 에너지를 잃고 원자핵과 결합하여 원자를 형성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때까지 플라스마 상태를 이루고 있던 원자핵과 전자 구름에 가려 불투명한 상태였던 우주는 화창한 봄날처럼 개게 되었다. 이때 투명해진 우주에서 비로소 복사가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우주 배경 복사이다. 그러니까 우주 배경 복사는 약 150억 년 전 최초로 물질(원자)이 생성되면서 우주가 갠 순간 물질에서 방출된 복사인 것이다. 이 복사는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당시(우주 탄생 30만 년 후)의 물질의 상태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스냅 사진”이다. 스무트 교수는 우주 탄생 30만 년 후에 나온 복사에서 미세하지만 분명한 온도 편차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온도 편차는 당시 밀도 차이에 의해서 나타난 공간의 비틀림이 우주 배경 복사에 각인된 것이다. 이 밀도 차이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항성, 은하 등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작은 씨앗이었다. 우주 배경 복사에서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곳은 밀도가 높은 곳이어서 이후 항성, 은하, 은하단과 같은 구조를 형성했다. 스무트 교수의 발견으로 빅뱅 이론은 흔들리지 않는 근거를 얻었고, 빅뱅 이후에 항성, 은하 등의 구조가 탄생하는 과정이 해명된 것이다.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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