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트 베벨, 여성론, 이순예, 까치(1879/1910), (1987/1995)
대부분의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두 가지 문제가 성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특히 ‘남성 중심주의’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린 이후, 그것은 현대까지 굳건하게 지속되어 오고 있다. 물론, 현대에 들어서서 많은 제도적 불평등은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남녀 차별과 불평등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이 책은 ‘여성의 종속’의 역사를 침착하게 개괄하면서, 이러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 경제적 토대의 변화, 의식적, 교육적 개혁의 필요성을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2부까지 일관성 있게 전개되던 ‘여성론’이 3부부터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문제를 다루면서, 표제로부터 벗어나는 감이 없지 않다. 여성과 함께 억압받는 계층 혹은 계급인 ‘프롤레타리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동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같은 책에서 다루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한 분석에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공감이 가지만,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장밋빛 도표에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미래에 대한 안일한 낙관론을 그린 4부에서 베벨은 사상가이기를 멈추고 몽상가가 되어 버린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분열되어 있다. 이 책이 ‘여성 문제’ 혹은 ‘여성론’의 고전으로 살아남는 것은 전반부에서 저자가 보여준 방대한 지식과 자료, 객관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사회경제적 토대를 벗어난 것일 수는 없겠지만, 인간 존재의 깊이와 초월성에 잠시나마 눈을 돌리지 않는 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사유재산 제도의 확립, 남성 중심 사회, 재산의 상속, 여성의 지위, 그리고 특히 매춘의 문제가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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