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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

박범신, 고산자, 문학동네(100118)

by 길철현 2016. 12. 16.

*박범신, 고산자, 문학동네(100118)


<단평>

(이 작품은 독후감 응모를 위해 읽었는데,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응모하기로 결정하여 뒷켠으로 밀쳐졌다.) 김훈의 [칼의 노래]가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후로 역사 소설에 대한 흥미가 배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러한 흐름을 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순신과는 달리, 김정호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바가 거의 없으며,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가 실제로는 지도 제작을 위해 국토를 떠 돈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박범신은 작가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김정호 상을 이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박범신이 작품 도입부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것은 알 수 있으나, 그가 보여주는 김정호는 전형적인 위인상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아, 다소 식상한 면이 없지 않다. 김훈의 이순신이 영웅적인 이순신을 그리면서도 한 개인으로서의 이순신이 부각되는 것에 비해 볼 때, 박범신의 인간관은 좀 폄하해서 말하자면, ‘지나친 도덕주의에 매몰된 감이 없지 않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잘 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가 뚜렷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선과 악의 대결, 나와 타자의 구별, 그것은 주인공인 김정호와 독자를 한 묶음으로 하고, 어린 시절부터 김정호의 적이었던 김성일의 아버지를 악의 세력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나 진부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는 깊은 반성이 따라야 한다.


<발췌>

-조정과 양반이 틀어쥔 강토를 골고루 백성에게 나눠주자는 것이고, 조선이라는 이름의 본뜻이 그러하듯, 강토를 세세히 밝혀 그곳에서 명줄을 잇고 있는 사람살이를 새롭게 하고자 한 것뿐이다. (245)

 

<줄거리>

(시간이 좀 지나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생각이 닿는 대로 적어본다.) 이 작품은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완성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그러면서 그의 과거사가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데, 잘못된 지도 때문에 죽어간 아버지와, 또 스님인 한 여인과의 사랑과 그 사이에 난 딸애 등을 이야기한다. 그의 지도는 그 뛰어남으로 인해 주변 인물로부터 찬사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그 때문에 그를 위험에 처하게도 한다. 그는 당대의 신지식인들, 최한기, 최성한 등과 교류를 맺으며 그들의 도움도 받는다. 그런데, 그는 당시 청나라의 땅이었던 간도 지방을 탐색하다가 첩자로 몰려 모진 고초를 당하고, 또 조선 정부로부터는 그 사실 때문에 도리어 또 고초를 당한다. 설상가상으로 딸애마저 천주교도인 죄로 말미암아 처형될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임기응변으로 딸애를 구해낸 그는 사람들이 모르는 곳(?)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