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사
*권여선, 사랑을 믿다
[내용] 화자는 동네의 술집에 혼자 자주 들러 과거를 회상한다(동네에 단골 술집이 생긴다는 건 일상생활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기억에 대해서는 한없는 축복이다). 이 회상 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빛나간 사랑을 되새기고, 또 한 때 자신을 사랑한 여자,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준 여자,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남몰래 마음에 두고 좋아하지만, 그쪽은 이제 [그]를 한낱 친구로만 여기고 잊었을 한 여자’를 떠올린다.
사랑을 잃은 고통을 어떻게 벗어나는가? 회상 속의 그녀는 큰고모 댁을 찾아갔다가, 큰고모 댁을 위층에 있는 철학관으로 잘못 알고 앉아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던 와중에 그들과 묘한 유대감을 느끼고, 그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앞날을 위해 기원한다(그녀가 타인을 위해 뭔가를 이토록 절박하게 빌어본 적은 없었다). 이들은 모두 큰고모부의 등장으로 그 집에서 물러났고, 물건을 주러 들렀던 그녀도 큰고모부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바람에 그냥 나오고 말았다. 이후 큰고모부와 큰고모가 죽고 난 뒤 그 집은 그녀에게 상속되었다.
화자에게 있어 그녀는 이제 마음의 여자가 되었지만, 이제 그녀에게 그는 친구일 따름이다.
[평] 아직도 사람들은 부지런히 소설을 쓰고, 또 부지런히 소설을 읽는다. 물론 그 수는 이제 좀 줄었다. 그리고, 그 동안 많은 소설이 나와서, 이 소설이 저 소설 같고, 저 소설이나 이 소설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차라리 읽지 못한 ‘고전’에 눈을 돌리게 된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싱싱함이 살아 있던 그 때가 차라리 좋았지 하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민주화가 되었나? 사회적으로 큰 이슈는 이제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이야기할 부분이 되지 못하는가? 소설은 그렇다면, 인간의 영원한 주제, 남녀관계에 머물러서, 사랑하고, 헤어지고, 울고, 웃고 해야 하는가? 권여선의 이 소설은 어떤 점에서 강점을 지니는가? 기술 방식이, 그래, 다소 새롭다. 직접적인 이야기는 모두 빠지고, 우회적이고, 암시적으로, 아니, 많은 부분은 생략하고, 그냥 담담하게 적어나가고 있는가? 폭풍우는 어디에 있는가? 죽이고 죽는 장면은 어디에 있는가? 소설이란 결국 환상인가?
과연 이 작품이 2008년 우리 소설을 대표할 만한 작품인가? 깊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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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왜 소설을 쓰는가? 소설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 (시건방지다.)
소설가라는 인간들은 왜 소설을 쓰는가? 아니면 나는 소설을 읽기에는 너무 늙어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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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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