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이덕환. 까치(0531)(0603)
[일단 인간의 언어 행위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로 알았던 것들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는 수준을 넘어서서, 우리가 확실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학적인 계산들로 엄격한 틀 속에서 바라보는 한 가지 방식일 뿐 ‘실재 세상’과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부터 진리성보다는 힘이나 규약이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등등이 있다. 그러나, 언어가 올바른 지향성을 지니지 않을 수 있다는 그 언술 행위 자체도 사실은 언어가 올바른 지향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성립이 가능하지 않다.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해체론이나 포스트모던적 사고는 일단 우리 언어를 의심의 대상에 놓는 지점에서 출발을 한다. 불확실하다는 것. (불확실하다는 것은 확실한가? 잘 알기 힘들다는 것. 믿기 힘들다는 것.)
우주론과 지구 및 지구의 생명체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상식을 망라하고 있는 브라이슨의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의 지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생명체가 존재하고 또 우리(인간이라는 지적인 생명체)가 살만한 환경이라는 것이 정말로 특별한 것--그런 점에서 브라이슨은 그것이 단순히 우연적인 결과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싶은 면도 있는 것 같은데--이라는 점, 인간이 자연을 침탈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환경이라는 것은 정말 위태도운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솜씨 있게 풀어나가는 것은 브라이슨의 글쟁이로서의 솜씨라고 봐야 할 것이다. 거기에 조금만 더 철학적인 바탕이 있었다면 얼마나 금상첨화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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