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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독서일기11-15

김성기 편. 모더니티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4. (130724)

by 길철현 2016. 12. 17.

*김성기 편. 모더니티란 무엇인가. 민음사. 1994. (0724)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일 주일이 다 되어 간다. 몇 자 적어두지 않으면 또 모든 것이 거의 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므로, 각 저자에 대한 세부적인 평보다는 전체적인 인상을 써볼까 한다.]

 

이 책을 집어든 의도는 2년 전 쯤이었나, 대학원 수업 시간에 조규형 교수님이 모더니티에 대해 질문을 던졌는데, 그 때 내가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 거기다 종합 시험에 이런 유형의 문제가 나왔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 글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내가 좀 더 확실하게 갖게 된 [모더니티]에 대한 개념을 중심으로 적어볼 것이다.

 

[모더니티]라는 큰 제목에 난 지레 겁에 질렸던 셈인데, 지금 생각에는 현대인의 의식 구조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친 사상이라는 정도에서 일단은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근대적인 혹은 현대적인 의식이 발달하게 된 것은, 갈릴레이에서 뉴턴으로 이어지는 자연과학의 발달, 그리고 또 데카르트 철학에서 주체의 강조등을 기본적인 배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근대(16-17세기)에 들어서면서 자연과학이 보편적인 진리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모든 학문은 “(자연)과학적 방식을 추종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계몽을 강조하고, 칸트는 계몽을 미성숙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후설과 아도르노 * 호크하이머, 하이데거 등이 이미 잘 지적하였다. (그리고 수학적 진리가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에 대해서 반박하는 이야기는 이미 포의 “The Purloined Letter”에도 등장하고 있다.) “실용적인 필요에 의해서 개발된 과학이 세계를 바라보는 기본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지만). 하이데거는 근대 과학이 생활 세계를 망각하고 오로지 관념적 존재가 지배하는 무한한 세계를 구성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주체 중심의 철학은 모든 것을 나와 타자로 나누고, 나의 시각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어떻게 보면 근대 자연과학적 사고라는 것도 주체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 이를테면 수량화, 관념화시킨 세상, 그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세상을 그렇게 보는 방식이 상당한 기술적인 진보를 가져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그 반면에 폐해도 컸다고 할 수 있다. 나와 세상은 그렇게 각을 세워 대립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닐 것인데(이 말은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 세상은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세계--존재)이다.

모더니티의 이러한 측면에 대한 반성은 니체나 하이데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하이데거에 대한 공부가 이 시점에서 많이 필요한 것을 깨닫는다.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좀 더 글을 깊이 있게 설득력 있게 써나가는 사고 훈련이 더욱 필요하다. 내 좁은 머리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인간의 인식론에 대한 믿음이나 확신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이성에 대한 믿음이 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무너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학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하고 그 위세 또한 대단하다. 과학이 우주와 인간의 비밀을 풀어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 또한 팽배해 있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욱 많은 반성과 새로운 각도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는 언어의 유용성과 그 한계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들어와서 언어에 대한 반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가열차졌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반성 위에 우리의 세계상도 많이 변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너머 서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더 이상 예전처럼 확신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근본적인 태도가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

모더니티 내에 초반부에 이야기한 것 외에도, 포스트모던적인 시각이 함유되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볼프강 벨슈의 글이 어느 정도 그렇다고 보는 듯도 하다). [내 생각을 좀 더 조리있게 적는 능력을 배양해야 하는데, 그것은 내 지식의 확장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훈련이 필요하다.]

 

푸코의 글은 초반에는 재미있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좀 어려워졌는데, 그래도 하버마스의 글보다는 나았다.

 

Anthony Giddens라는 사람이 사회학 쪽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