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사(0811)
대상인 박민규의 [아침의 문]과 자선대표작은 예전에 읽었으므로, 이번에 읽은 작품들만 평을 하기로 한다.
정말로 그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고, 나 또한 많은 이야기를 읽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기 때문일 것이다. 요절한 김소진이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문제를 많이 다루었는데, 이번 작품집에도 그런 내용이 있다. 김애란의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제목이 특이하다)에 등장하는 조선족, 명화가 그 예인데, 이 작품은 그렇지만, 그 내용 전개가 다소 신파적이고, 결국 이 작품에서 보게 되는 것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다. 아버지와의 관계의 문제. 김애란은 자신의 환상을 명화라는 죽은 인물을 통해 투사하고 있다.
배수아의 [무종]이 다소 특이한 작품인데, 정리가 잘 안 되는 것이 포스트모던적인 냄새를 풍긴다. 좀 더 차분히 읽어본다면 다른 이야기를 덧붙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모형비행기를 수집하는 사내와, 화자인 나의 두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매치되는 것인지, 아 화자의 취미는 그러니까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것에서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독특한 취미가 있다는 것. 수집하는 사람과, 버리고 자꾸 떠나는 사람. 이런 점들이 이 작품을 파고들어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듯하다.
전체적으로 예전 소설들이 보여주던 전형적인 리얼리즘은 이제는 더 이상 식상함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래서 전성태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가 지닌 매력 혹은 마력에 집중하고 있으며[이야기를 돌려드리다], 윤성희는 다소 특이한 소재를 통해 가족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다[매일매일 초승달].
김중혁의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는 SF까지로 소재를 확대한 작품인데, 이야기의 흥미에 비해 그것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편혜영과 손홍규의 작품은 모두, 현대의 아버지의 부재, 아버지의 권위 상실을 다루고 있는데, 편혜영의 [통조림공장]의 경우는 모든 비밀스런 것을 통조림 캔 안에 넣고 마는 현실, 그것의 끔찍함 등도 덧붙여진다. [투명인간]은 가벼운 장난으로 시작되었지만, 사실 그 장난은 우리의 가족이 안고 있는 병리적인 모습으로 치닿게 된다. 이 작품은 결말이 애매하다.
작가들도 진짜 좋은 작품을 쓴다는 것은 지난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소설의 생명력은 어디까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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