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49 [한시 감상] 이상은 - 낙유원에 올라(李商隱 - 登樂游原 등락유원) 해 기울 무렵 마음 울적하여수레 몰아 옛 언덕에 오르네석양은 그지없이 아름답건만이내 어둑한 황혼으로 빠져드나니 向晚意不適(향만의부적)驅車登古原(구거등고원)夕陽無限好(석양무한호)只是近黃昏(지시근황혼) - 페이스북에 호미곶에서 본 석양 사진을 한 장 올렸더니 친구가 댓글에 이 시를 달았다. 시도 시인도 처음 접하는데, 짧고 단순한 시이지만 그 여운이 간단하지만은 않아 좀 더 조사를 하고 다른 번역들을 참조하여 내 나름대로 옮겨보았다(내 한문 실력이 직접 번역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석양이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찰나적이라는 말인지,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어둠을 배면에 깔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인지 잘은 알 수 없으나, 아름다움이 영속될 수는 없다는 건 분명하다. 이상은(813-858?)은 당나라 시.. 2024. 11. 17. 헤르만 헤세 - 안개 속에서(Hermann Hesse - Im Nebel) 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숲이며 돌은 저마다 외로움에 잠기고나무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나의 인생이 아직 밝던 시절엔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건만,이제는 안개가 내리어보이는 사람 하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모든 것에서사람을 떼어 놓는 그 어둠을조금도 모르고 사는 사람은참으로 현명하다 할 수는 없다. 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인생이란 고독한 것.사람들은 서로 모르고 산다.모두가 혼자다. - 실제로 타인과 절연된 그런 순수 공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살면서 고립감과 단절감을 또한 느낄 수밖에 없다. 헤세는 그러한 순간을 안개를 빌어서 적실하게 표현하고 있다(약간 다른 뉘앙스이기는 하나 오리무중이라는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도 떠오른다). 이 시를 처음 접한 것이 언제.. 2024. 9. 16. 괴테 - 첫사랑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저 첫사랑의 날을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때를 돌려 줄 것이냐,저 사랑스러운 때를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기르고 있다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한탄과 더불어잃어버린 행복을 슬퍼한다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그 즐거운 때를 - 단순하고 명료한 말로 잃어버린 첫사랑의 달콤함과 아름다움, 그 상처를 노래하고 있다. 독어 제목은 Die Erste Liebe이다. 이 시의 각운이 독일시의 정형적인 한 형식인지, 아니면 괴테만의 독특한 것인지 좀 궁금하다. 좀더 자세히 보니 AB 각운인데 3연만 AAB로 되어 있다. (독어포함)https://cafe.naver.com/wkzowhdk/1556 2024. 9. 12. A. E. 하우스먼 - 가장 어여쁜 나무(A. E. Housman - The Loveliest of Trees) 가장 어여쁜 나무, 벚나무가부활절의 흰옷을 입은 듯가지마다 만발한 꽃을 달고숲 속 승마로 따라 늘어서 있네. 이제 내 칠십 평생에스물은 다시 오지 않으리.일흔 번의 봄에서 이십을 빼면오직 쉰만이 내게 남을 뿐. 만발한 꽃을 바라 보기엔 쉰 번의 봄도 잠깐 동안.가지마다 눈을 단 벚나무 보러숲을 돌아돌아 나는 가리니. Loveliest of trees, the cherry nowIs hung with bloom along the bough,And stands about the woodland rideWearing white for Eastertide. Now, of my threescore yeats and ten, Twenty will not come again, And take from seventy.. 2024. 8. 26.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