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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408

박세영 - 산제비 산 제 비                                  박세영 남국에서 왔나, 북국에서 왔나, 산상에도 상상봉,더 오를 수 없는 곳에 깃들인 제비. 너희야말로 자유의 화신 같고나,너희 몸을 붙들 자 누구냐,너희 몸에 아는 체할 자 누구냐,너희야말로 하늘이 네 것이요, 대지가 네 것 같구나. 녹두만한 눈알로 천하를 내려다보고,주먹만한 네 몸으로 화살같이 하늘을 꾀어마술사의 채쭉같이 가로 세로 휘도는 산꼭대기 제비야너희는 장하고나. 하로 아침 하로 낮을 허덕이고 올라와천하를 내려다보고 느끼는 나를 웃어다오,나는 차라리 너희들같이 나래라도 펴보고 싶구나,한숨에 내딛고 한숨에 솟치어더 나를 수 없이 신비한 너희같이 돼보고 싶고나. 창들을 꽂은 듯 희디흰 바위에 아침 붉은 햇발이 비칠 제너희는 그 .. 2024. 8. 21.
김광규 - [물길]. 문지. 1994. - 김광규의 시집은 일단 읽기가 쉬워서 좋다. 그리고 생각에 별남이 없어서 공감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가 세상을 보는 태도에 어쩌면 지나친 단순화의 오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옛것은 좋고 새것은 나쁘다. 어쩌면 좀 더 그의 말의 결을 살려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홍정선 - 좋은 '옛것'과 나쁜 '새것' 97) 김광규의 이번 시집에서 주조를 이루는 것은 변해버린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생각들이다. --) 김광규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물건처럼 나쁘게 변해가고, 사회는 자폐적으로 이기적인 세대들로 채워지며, 고향은 전설 속의 흉가처럼 방기되는 모습을 본다. 98) 그의 탄식이나 안타까움은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사라지고, .. 2024. 3. 5.
김광규 - 물 길 물 길 김광규 언젠가 왔던 길을 누가 물보다 잘 기억하겠나 아무리 재주껏 가리고 깊숙이 숨겨놓아도 물은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의 몸을 담아보고 자기의 길이를 주장하느니 여보게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게 제 가는 대로 꾸불꾸불 넓고 깊게 물길 터주면 고인 곳마다 시원하고 흐를 때는 아름다운 것을 물과 함께 아니라면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나 누가 혼자 살 수 있겠나 김광규. "물 길". 문지. 1994. 56. - 인간의 문명이 자칫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것과는 달리, 자연의 길은 바람직하다? 2024. 3. 5.
김광규 - 강아지 아지랑이 강아지 아지랑이 김광규 산업도로 한가운데서 처참하게 터져 죽은 강아지 한 마리 그 시체를 하루 종일 자동차 바퀴들이 수없이 밝고 지나간다 개는 메어서 길러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의 영구차 점심때마다 사철탕집으로 달려가는 백전무의 벤츠 승용차 잃어버린 강아지의 주인 영이가 타고 가는 노선 버스 그리고 덤프 트럭과 컨테이너 화물차들이 조그만 주검을 먼지로 만든다 산업도로 중앙 분리선 위에서 뽀얗게 피어오르는 강아지 아지랑이 김광규. "물 길". 문지. 1994. 20. - 이 시는 첫 시집에 실린 '어린 게의 죽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그 시가 구체성이 돋보인다면 이 시는 다소 관념적이다. 우리의 무심함 가운데 스러져 사라져 가는 작은 것에 대한 연민을 담고 있다. 2024.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