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내 복식 파트너는 천금이었다. 천금(3)이의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와 내 끈질김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는 예선전까지만 통했다.
- 예선전
1. 김병규(2), 김성수(4) 3대 1 승 승 패 승 (시간이 벌써 2주 가까이 지나서 세부적인 세트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병규 형의 백핸드와 성수의 포핸드 드라이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의외로 시합은 다소 수월하게 풀렸다. 각자 강점인 백핸드와 포핸드에서 범실을 많이 해주어서, 어렵지 않게 시합을 승리로 이끌었다. 천금이가 리시브를 까다롭게 해서 상대를 흐트러 놓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2. 안진호(3), 김동욱(4) 3대 2 승 패 승 패 승?
진호의 쇼트핌플과 동욱이의 롱핌플 때문에 다소 애를 먹었다. 동욱이의 운동량이 없어서, 병규 형 성수 팀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시소 게임을 해나갔는데, 뒤로 갈 수록 동욱이의 범실이 많아지고 진호도 무리하게 볼처리를 하다가 미스를 하기도 해서 승리는 우리 편으로 왔다.
- 본선(8강전)
* 황재성(1), 이용주(3) 1대 2 승 패 패
조1위로 본선에 진출해서 1회전은 부전승이었고, 2회전 상대는 재성이와 용주였다. 시간 관계상 쓰리 세트만 하기로 했던 듯한데(이것도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식 시합을 계속한 뒤라 많이 지친 상태였다), 첫 세트를 우리가 먼저 따낼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재성이가 조금이라도 기회가 오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용주도 복식이 워낙 강해서 무너지고 말았다. 2세트에 강한 랠리가 지속되었는데, 천금이의 왕드라이브를 용주가 받아내면서 우리 쪽 깊은 곳까지 찌른 것을 내가 범실한 것이 게임의 분수령이 아니었던가 한다.
[결승전]
조훈태(1), 최정일(3) - 황재성, 이용주 2대 1?
씻고 뒷정리를 하느라 시합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팽팽한 접전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훈태의 교묘한 볼처리와 정일이의 포핸드 드라이브가 간발의 차이로 앞선 듯.
훈태는 이 날 단식과 복식에서 모두 우승을 해서 이관왕이 되었는데, 이로써 1,2(허남규),3회 모두 단식 우승자가 복식 우승도 겸하는 묘한 우연의 일치가 지속되게 되었다. 매년 새로운 우승자가 나오고 있는데, 내년 대회에서는 과연 누가 우승을 하게 될지?
[뒤풀이]
시합 진행이 많이 늦어져서 시상식은 뒤풀이 장소인 [흥수 갈비]에서 있었다. 단식 일등 맞추기에서는 열 명 정도가 남규를 우승 호보로 꼽았던 작년과는 달리 훈태를 뽑은 사람은, 나와 신준기, 성명심 세 명이었다. 상품인 테너지 러버 두 장을 두고 세 명이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두고 이런저런 안을 내고 있었는데, 우승자인 훈태가 테너지를 한 장 후원한다고 해서 세 명이서 사이 좋게 한 장씩 나눠가졌다.
평소처럼 거나하게 취한 주류파의 커진 목소리들이 우리뿐인 [흥수갈비] 2층을 가득 채우고(멀리 대구에서 올라와 준우승을 한 성욱이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것 같은데), 2차는 [흥수 갈비] 앞에 있는 [미니 포차]에서.
올해로 탁신에 들어온지도 강산이 한 번하고도 반이 변한 15년이 되었다. 내 또래의 멤버들이 주축인 탁신은 나에게는 탁구를 치는데 있어서도, 또 인간관계를 맺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두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소중한 모임이다. 이날 [미니 포차]에서 용주, 준기 등과 탁신의 미래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대로 우리끼리 즐기면서 모임을 이끌어나가자는 용주의 말이나, 또 탁신의 미래나 영속을 위해서는 젊은 멤버들을 점차 늘여나갈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나나 준기의 말이나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리라.
들어올 때 삼십 때 후반이었던 내가 벌써 오십 대 초반이다. 몇 년이 지나는 육십이라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기도 하다. 삶에 어떤 정답 같은 것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로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이 시간은 무서울 따름이고, 그렇기 때문에 매순간 순간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당구장에서]
2차까지 무사히 마친 탁신 멤버들이 또 대거 당구장으로 몰려들어 당구장을 점령했다. 개인전에서는 한 큐에 열 개를 쳐서 상대인 진우와 재국이의 혀를 내두르게 했는데, 용주와 한 편이 되어 친 겜베이에서는 쿠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서, 진우와 재국이에게 어처구니 없게 패하고 말았다. 이 당구장을 끝으로 서른 명이 넘는 멤버가 모인 이 날의 모임을 정리했는데, 몇몇 멤버들은 3차를 즐긴 듯하다.
뒤풀이 할 때 가끔 들르는 이 당구장은 두어 가지 점이 흥미로운데, 하나는 당구장 입구에 걸려 있는 [당구 병법]이고, 다른 하나는 집중력을 강화하라면서 틀어주는 야한 영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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