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긴 했지만, 제3회 [탁신 회장배 최강전] 후기를 적어 본다. 당일 진행 장면들을 찍은 사진들과, 경기 결과는 이미 올라와 있지만 개인적 소감 위주라도 글로 기록해 두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므로.
[탁신 (회장배) 최강전]은 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시합이다. 아무도 예상을 하지 못한 가운데 2016년 1회 대회에서 단식과 복식(파트너 -김석태) 우승을 해서 탁신 멤버들의 혼을 쏙 빼놓았으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직후에 열린 [아산 이순신 배]에서 단식 예탈을 하는 바람에 이 날의 우승은 실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일회성 해프님으로 끝나고 말았다.
2회 대회에서는 박사논문 준비 때문에 탁구를 별로 치지 않아서, 단식에서는 김석태에게 져 16강에서 탈락했고, 김성수(3)와 한 조가 된 복식에서는 예탈을 하고 말았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기 때문일까? 이 대회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가운데, 당시의 기록들을 살펴 보고서야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올해 대회는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상위부수(챔, 1, 2부)와 하위부수(3,4,5부)로 나누어서 4강까지 시합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 그렇다면 나름대로 부가 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운동량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난 달에 있었던 [보람상조 배]에서도 신통치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정말 나이의 벽을 절감할 때가 된 것인지. 거기다 회장뇜은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다고 배려를 해서인지 맞잡고 쳐도 승률이 낮은 황성욱을 오픈부수 그대로 4부로 내려놓았으니, 대진운이 따르지 않으면 초반 탈락의 위험마저.
[단식]
- 예선전
우리 팀은 나, 이용주, 서정연, 윤여동 이렇게 네 명이었는데, 용주가 가장 어려운 상대로 최근 들어 이겨본 적이 없었다. (단식은 예탈이 없어서 모두 큰 긴장감은 없이 풀어나갔는데, 그래도 본선 일 회전부터 강자를 만나지 않으려면 조1위를 하는 것이 유리했다.)
1. 서정연(4) 3대 2 패 승 패 승(14) 승
정연이는 운동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2알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에 임했는데, 막상 시합을 해보니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다. 백핸드가 좋은 데다가 포핸드 드라이브도 한 방이 좋았다. 3세트에서 앞서다가 역전을 당하는 바람에 코너에 몰렸고, 4세트도 끌려가다가 겨우 듀스를 만들어서 그 세트를 따내자 5세트는 다소 수월하게 이겼다.
2. 윤여동(5) 3대 1
여동이 형은 오목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셰이크를 들고 나왔다. 그러고 보니 1년 전인가 전형을 바꿨다는 기억이 났다. 운동량이 워낙 없는데다가 백핸드를 많이 보완을 해야 해서 낙승.
3. 이용주(3) 3대 2 패(4) 승 (패 승 승) 혹은 (승 패 승)
용주는 앞에 쓴 것처럼 까다로운 상댄데, ABS 공이 용주에게 잘 맞지 않아(공이 안 나오는데 용주의 러버 자체도 안 나오는 러버라 공수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대학 시합에서 결승까지 간 걸 보면 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듯하기도 하다) 해볼 수 있지도 않을까 했으나, 첫 세트에서 4점인가 밖에 내지 못해서 역시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2세트에 들어가서 보니까, 용주의 포핸드 디펜스에서 범실이 많은 것을 보고 그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게임이 좀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용주로서는 예선전이라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한 번 이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는 게임을 풀어나가 승리를 거두었다.
- 본선
(32강) 김태원(3) 승(9) 패(9) 패 승 승(6)
(태원이가 일 회전 상대가 나라고 했을 때 나는 농담을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이었다. 태원이가 예선전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태원이의 본선 첫 번째 상대였던 익범이 형이 어깨부상인지로 기권을 해서 일 회전부터 강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태원이와 명지에서 시합을 한 것은 처음인 듯한데, 태원이와의 시합에서의 관건은 태원이의 강한 포핸드를 어떻게 디펜스할 것인가, 하는 것과 또 로빙 볼을 어떻게 스매싱으로 뚫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첫 세트에서 태원이는 자신의 강한 드라이브를 내가 못 막아 낼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가 내 디펜스에 걸리자 범실을 몇 개해서, 내가 첫 세트를 따내면서 나에게 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태원이가 디펜스에 치중하면서 내 스매싱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거기다 명지의 탁구대는 잘 튀지도 않아서, 태원이가 계속 로빙을 띄우는 가운데 문제는 누가 범실을 하지 않는가였다. (그냥은 뚫어낼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좌우로 갈라치는 작전을 구사했다.) 또 2세트부터는 태원이의 포핸드 공격이 좀 더 날카로워지고, 연타로 치고 들어와서, 게임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시간만 자꾸 흘러갔다.
우리 두 사람의 시합이 무한정 길어지자 진행석에서는 빨리 시합을 진행하라고 독촉했고, 심판을 보던 양천금마저 규정대로 6점 단위로 땀을 닦으라는 말까지 했다. 이것이 태원이에게 더 큰 압박감으로 작용을 했던 듯하다. 태원이는 5세트에서는 무리하게 공격을 하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16강) 양천금(3) 3대 0
천금이의 가장 큰 장점은 서브에 이은 왕포핸드 드라이브 한 방인데, 그것은 또 약점이 될 수도 있었다. 천금이의 서브를 커트로 받지 않고, 반 - 드라이브로라도 약간이나마 변화를 주어서 넘겨주면 강하게 걸지를 못하거나 범실이 따랐다. 천금이도 요즘에 바빠서 운동을 못했고, 또 이 날은 태원이와의 시합 심판을 보다가 지치고 말았는지 다소 쉽게 무너졌다.
(8강) 안진호(3) 승 패 패 승(혹은 승 패) 승(14-12?)
탁신 멤버들과의 시합이 그나마 수월한 것은 상대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겠지만)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시합을 하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뒤집어서 이야기하자면 외부 시합에서는 상대의 특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적응력이나 순발력이 다소 떨어지는 - 그것을 나는 연습으로 커버해 왔는데 - 나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하지만 스스로를 그러한 규정에 옭아 맬 필요는 또 없으리라).
원래 수비수 출신인데가 뒷면이 쇼트핌플인 진호는 2알 핸디도 어려웠으나, 작년 10월 욜로 팀과의 교류전 때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 맞잡고 승리를 거두면서, 이번에도 그 작전을 썼다. 거기다 내 약한 포핸드 드라이브를 진호가 뒷면 쇼트핌플로 디펜스를 하다가 네트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약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진호의 드라이브를 계속 막으면서 찬스가 나면 포핸드 스트록으로 공격을 하기도 하면서 박빙의 게임을 이어나갔다.
게임은 막판까지 몰려 2대 2 듀스를 몇 번 반복하고 내가 디펜스로인지 한 점을 따내 어드밴티지 상황이었는데, 진호가 너무 강한 회전서브를 넣으려다가 범실하는 바람에 승리의 여신이 나를 향해 웃음지었다. 진호의 백핸드 회전 서브 리시브를 잘 못해서 그것으로 점수를 많이 먹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엔 진호에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
(4강 - 준결승) 조훈태(1) 패(8) 패(11-13) 패(8)
내가 우승 예상자로 찍은 훈태와 준결승전에서 만나게 되었다. 요즘 좀 녹슬었다고 하지만 1부로 친다면 충분히 부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인데 그 예상은 적중했다.
내가 진호와 시합을 하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서는 훈태와 석태가 8강전을 하고 있었는데 이 게임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다. 16강전에서 남규를 이긴 석태는 그 여세를 몰아, 훈태도 몰아붙였으나 2대 2 상황에서 11대 8론가 지고 말았다(석태 말로는 마지막 세트에서 6대 2로 앞서 나갔는데도 그 다음에 할 것이 별로 없었다, 라고 했다).
훈태와의 게임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에게 훈태를 뚫어낼 강한 무엇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매싱을 하면 떨어져서 로빙을 띄우다가 기회가 오면 더윽 강하게 맞받아 쳐버렸다. 디펜스로 버티는 것도 한두 번은 받아넘길 수 있었으나, 하위 부수의 공과는 달리 탁구대 끝 부분으로 떨어지는 공들을 막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2세트에서 6대 10으로 뒤지다가 연거푸 4점을 따내 듀스까지 간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했다.
[결승] 조훈태 - 황성욱(4) 0대 2 (3세트 게임)
성욱이가 2점을 먼저 딸 때만 해도 4점 핸디는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 다음부터는 훈태의 독무대였다. 훈태가 먼저 선제를 잡고 넘기는 공을 성욱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기타 및 정리]
이 밖에 안동의 탁신에다 백핸드의 달인인 병규(2부) 형이 강력한 우승 후보들인 1부의 황재성, 성명심, 김태신 등을 꺾고 준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4강까지 올랐으나, 4부 강자(?)인 성욱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상위 부수와 하위 부수를 따로 진행한 이번 시합에서는 공교롭게도 1, 2, 3, 4 부에서 한 명씩 입상자가 나왔다. 이렇게 나누어서 진행한 것은 하위 부수를 배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년 대회는 또 어떻게 진행이 될 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합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서 므흣하다. 거기다 공이 ABS로 바뀐 지금 내 탁구 스타일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정립이 된 듯한 것도 부가적인 소득이다. 의성이와 함께 용주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의성이가 (의성이는 이날 술이 취해 당구장에서 흰공과 빨간공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 쳐 민노의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형은 아무 것도 없는 데도 입상을 해서 대단하다"라는 칭찬인지 욕인지 분간이 잘 안 가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것이 내 탁구의 특징인지 모르겠다. 스매싱이 좀 좋긴 하지만 용주에 비할 바가 아니고, 디펜스도 나쁘지 않지만 또 석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뚜렷한 장점은 없지만 나름대로 운동량을 바탕으로 한 랠리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쳐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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