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카카오톡에 올라와 있으므로 그것을 보기 바람. 옮길 줄 몰라서 그냥 글만 쓰는 것이 아님. 귀찮아서, 혹은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고나 할까?]
회장뇜도 시합 나가고, 총무놈도 시합 나가고, 그 밖에 이런저런 떨거지들도 시합나가고,
그래서 나도 딴 데 놀러나 갈까 하다가(마땅히 갈 데도 없지만) 모범 회원답게(그보다는
푸짐한 상품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명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달 모임은 정말로 여기저기 시합과 겹쳐서 최근 들어 가장 적은 인원이 모였다(다음 달엔 최강전이니까, 또 왁자지껄 하겠지. 아니 바로 다음 주에 일산에서 또 보게 되겠구나. 지겨운 놈들과 지겨운 분들. 그런데 회장뇜이 일처리를 제대로 안 해 다수의 탁신 멤버들이 다른 팀으로 참가하여 우리 멤버들끼리 지지고 볶는 일이. 그네를 몰아 내었듯이 우리도 탄핵 심판을 한 번 할 때도 된 것 같은데). 태평양 같은 명지에서 딸랑 7명이 모였으니, 체육관 밖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는데도 썰렁하고 스산하고 한기가 돌았다. 우리 멤버 외에 재국이가 데려온 25살의 중국 대학생 선수와 그의 여자 친구. 그리고 누군지 모르겠는데 아버지와 아들이 은근슬쩍 들어와서(아마도 학교 선생님 같았다) 한쪽 구석에서 탁구를 쳤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갑자기, 갑자기 붓이 움직임을 멈췄다. 글을 안 쓰고 지낸지가 몇 개월은 된 듯하다. 태신이의 부탁을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몇 자 적어볼까 했는데, 숙취 때문인가 뭔지 모를 것이 글쓰기를 방해한다. 오늘 류현진은 3게임 연속으로 어마무시한 메이저 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환상적인 역투를 보여주었는데, 간단한 후기를 쓰는 일조차 이렇게 힘들다니. 내 마음이 일부러 장난질을 치는 것인가?]
(정신을 좀 차리고 써야겠다.) 안정환 히딩크
(꺽쇠 안의 글은 모임 후기와는 관계 없는 글이므로 후기를 읽고 싶은 사람은 가볍게 점프하세요.)
[아, 정말 멀리 멀리 떠나고 싶다(그건 누구나 다 그렇겠지?). 휴직을 한 용주는 6월 한 달 동안 아들을 데리고 유럽 여행을 간다던데. 나도 논문만 마치면, 이구아수를 보러 비행기에 몸을 실으리라(아직 한 줄도 제대로 못 쓴 논문, 과연 마칠 수나 있을까). 그런데, 어제부로 통장의 잔고가 빵 원이다. 욕망은 무한대인데 현실은 코가 석자다.
머리가 복잡하니 복잡한 걸 잊으려 탁구에 몰두한다. 하지만 나이 든 내 몸은 운동의 힘겨움을 잘 견뎌내지 못하고 거기다 그저께 밤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밤새도록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부유하여 잠을 잔 것인지 잡상들과 씨름하며 보낸 것인지 모를 정도. 몸도 무겁고 마음은 더 무겁고 잠은 일찍 깨어 오늘 아침에도 만사가 귀찮은데, 그래도 이 놈의 후기를 후다닥 마쳐버려야 하는데 손가락은 자꾸 엉뚱한 이야기만 치고 있다.
만사가 귀찮으니, 영화나 한 편 보아야겠다, 고 생각을 하니 장률의 춘몽이 떠올랐다. 작년 이 맘 때였던가, 마음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자꾸만 떠돌던 한 때. 병적인. 그 때 나는 상암고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 탁구 수업을 했는데, 수업 전이나 수업 후에 학교 인근에 있는 수색 재개발 지역과 야산을 맴돌았다. 정체를 알기 힘든 불안감과 두려움, 자꾸만 무력증에 빠져 드는 내 모습 앞에서 속수무책인 상황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하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나를 즐기고 있었는가? 오십 년의 세월은 시간이 좀 지나 마음이 색깔을 바꿀 때까지 견뎌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나 감당이 쉽지는 않은. 그러다가, 나는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 중의 한 명인 장률의 영화가 한 편 새로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의 [경주]에 반해 열 번도 넘게 그 영화를 보고, 또 직접 경주에도 세 번인가 가서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장률의 영화는 내 헛헛한 마음의 한 구석을 채워줄 것만 같은 환상을 준다.) 2015년에 나온 전작 [필름시대사랑]이 '영화는 이미지'라는 문법에 너무 충실해서 지루한 느낌이 강해서, 새로 나온 영화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장률이라 [춘몽]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내가 떠돌던 수색 재개발 지역과 상암 DMC 주변이다. 몇몇 장소는 아는 곳이었고 야산은 실제 무대로 혹은 배경으로 등장한다. 수색 재개발 지역을 주 무대로 한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세 명의 남자와 또 한 여자를 주 등장인물로 한 이 흑백영화(마지막 부분에서는 컬러로 바뀌지만)는 따뜻하고, 가슴이 좀 시리고,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련한 느낌과 제목처럼 덧없음을 선사한다. 인생살이의 답답함과 힘겨움, 근원적인 상실감, 정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윤리적 책임감 등등. 지난 2월에 두 번째로 이 영화를 보았을 때(그 때도 나는 말을 상실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몇 자 적었었다.
장률의 영화에서는 현실의 구체적인 장소가 영화를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두만강이 그
렇고, 이리와 경주가 그렇다. 이번 영화도 춘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수색이라고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재개발을 앞둔 현실의 장소가 흑백 영화 속으로 들어와 아리고도 아름다운 봄날을 선사한다.
우리의 삶에 사회적으로 정해진 길들이 있고, 그것에 충실한 것이 -- 그렇지 않을 도리도 별로 없지만 -- 평온한 삶일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인간에게는 또 각자의 고유성이 있어서 사회적 규약 여부와는 관계없이 끊임없이 그것을 추구하는 면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봄날의 온기처럼 죽었던 내 감정들이 서서히 싹을 피우는가? 오늘 탁구 수업을 마친 뒤에 수색의 거리를, 수색과 상암을 연결하는 지하도를 다시 한 번 걸어보리리라.]
일이 이렇게 되고 만 것은 내 탓이 아니라 나에게 후기를 부탁한 태신이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무책임한가?
4월 탁신 정기 모임 후기 3은 태신이가 짧고 굵게, 거기다 사진까지 첨부해서 올려주었네요. 몇 가지만 덧붙일 게요.
먼저 태신이와의 내기 시합에서 2대 1로 이겼네요. 지난번 남양주에서 3알 4알 핸디로 3대 1론가 이기고, 두 게임 정도 지고 이번에 또 이겼네요(4알 핸디 받음). ABS로 바뀌고 스매싱이 범실이 좀 있긴 하지만 핸디가 많을 땐 좀 더 위력적인 듯하네요. 돈을 안 주려고 앙탈을 부리는 것을 끝까지 쪼아서 받아냄. (아 그리고 상품 주고 남은 ABS 공 반타(3개)를 잘 안 챙기길래 내가 슬쩍 했습니다. 제발 경찰에 신고하지 마세요.)
재국이와의 시합에서는 질 뻔 했는데 4,5세트에서 재국이가 무너지는 바람에 3대 2로 신승.
복식 시합에서는 보람 상조배 복식조인 나와 진황이가 용주와 익범이 형 조를 거의 이겼는데, 3세트부터 익범이 형이 몸이 풀렸는지
범실을 적게 하고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2대 3으로 지고 말았지요.
용주와 익범이 형 조가 재국이와 태신이 조를 이긴 것이 의외라면 의외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재국이가 용주와 익범이 형의 잘 나오지 않는 공, 꼬아먹는 공 등에 말린 것이 아닐까 하네요.
우리 팀은 태신이의 서브를 리시브하면 재국이가 날카롭게 드라이브를 거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국이의 공도 받기 힘든데다, 설령 받는다 해도 더 센 태신이의 공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뒤풀이는 명지 대 근처에 있는 나름 맛집인 중식당 [희원]에서 한 번 먹으면 어떨까 했는데, 진황이가 기름진 음식은 싫다, 회를 먹자고 해서 예전에 한 번 갔던 [정] 수산에서 "숭어"회를 먹음.
그리고, 7만 원을 걸고 이익범, 신재국, 김태신 팀과 서정, 길철현, 김진황 팀이 혈전을 벌였는데, 술이 부족했던 익범이 형이 기량 발휘를 못하고 대신에 정이 형이 접시, 오시 우라 등 현란한 SBS 당구로 완승을 거두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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