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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18년 탁구 일지 -- 4월 21일(김석태)

by 길철현 2018. 4. 21.

 

요즈음 들어 나의 주된 탁구 파트너는 같은 동호회의 멤버이자 나이 또한 같은 김석태이다. 비행기 기장인 그와 나는 강서구에 있는 "비전 탁구 클럽"에서 일주일에 한 번 내지는 두 번 정도 만나서 '신나게' 탁구를 친다.

 

나도 체력이라면 남들에게 뒤진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석태는 매일 산삼이라도 삶아 먹는지, 나와 쉬지 않고 여섯 게임 정도 치고(두 시간 이상 걸린다), 내가 나가떨어지면, 다른 사람을 붙들고 2,3게임을 더 친다. 요약하자면 나의 정량 맥시멈은 6게임이고, 석태의 경우는 8게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석태의 별명은 에너자이저인데, 그래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칠 때는 정신줄을 놓고 치더니만 다리에 쥐가 났다고 하기도 하고, 지난주 목요일에는 10게임인가를 하고 그다음 날 비행을 나가 입술이 부르터기도 했다.)

 

왼손 펜홀더 전형인 석태는 현재 오픈 2부로 오픈 4부인 나보다 2,3점 고수이다. 부수별 핸디로 치자면 3점이 핸디인데, 탁신 내에서는 내가 3부로 치고 있어서, 탁신 내부의 룰에 따르면 2점이 공식 핸디이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3연승을 하면 치수를 올리고 내리는 고무줄 핸디를 하고 있는데, 핸디가 4점까지 올라갔다가 1점으로 내려왔다가 하면서 지금 현재는 2점 핸디에서 내가 1패를 한 상황이다(그저께 목요일 시합에서는 나의 컨디션이 좀 좋고 상대적으로 석태의 컨디션이 나빠서, 3점 핸디에서 출발해서 2점 핸디로 내려와 내가 2연승을 하고 한 게임만 더 이기면 1점 핸디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2:3으로 졌다. 마지막 세트에서는 14:16인가로 졌는데, 몸 쪽으로 오는 서브를 못 받아서 지고 말았다).

 

석태와 탁구를 치면서 느끼는 것은 지칠 줄 모르는 스테미너 외에 볼 감각이 참 좋고, 스텝을 잘 밟는다는 것이다(석태는 탁구 선수 생활을 했다, 안 했다에 대해서 설이 많은데, 제대로 된 선수이건 아니건 간에 초등학교 시절 정식 시합에 참가해서 복식 3위인가를 하고, 그것으로 체육 특기자로 중학교에 진학했다고 하니 --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탁구를 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 선수 물을 마신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볼 감각이라는 것은 훈련보다는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더 클지도 모르지만, 또 다르게 생각을 해본다면 조종사 훈련을 받으면서 그런 감각이 예리해진 면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서브와 리시브가 좋고 볼을 잘 다루는 기교파인데, 특히 디펜스 감각이 좋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탁신의 같은 2부인 성명심이나 김재욱 등(이 두 사람도 선출이구나)과 비교해 볼 때 포핸드의 파워는 부족하다. (석태와 처음으로 시합을 한 것은 아마도 대학 OB 시합 때였으리라. 내가 셰이크로 전형을 바꾸기 전이었던 95,6년 정도에 성북 구민체육관에서 있었던 시합이 아닌가 한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석태의 포핸드 드라이브가 엄청 강했던 듯한데, 아마도 내가 리시브를 제대로 못해서 원빵 찬스를 많이 주었기 때문이리라. 가볍게 0대 2로 져서 떨어졌는데, 석태는 그때 무슨 약속이 있다고 그다음 시합인가를 포기하고 갔다고 해서 그러려면 나를 올려 보네 주지하고 아쉬워했다.)

 

나는 볼 감각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버티는 능력이 있고, 거기다 포핸드 스매싱이 있기 때문에 석태와 자꾸 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내 탁구의 약점은 리시브가 불안하고 전체적으로 박자가 늦고 볼이 약하다는 것 정도가 되리라). 석태와 계속 치면서 포핸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내 백핸드가 많이 보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석태의 탁구대 왼쪽으로 길게 떨어지는 날카로운 서브(커트가 좀 들어간 것과 회전이 좀 들어간 두 종류)의 리시브는 자신 있게 하질 못하고 있다. 내 서브는 석태가 먼저 선제를 잡고 들어오기 때문에 상대방 포핸드 쪽으로 짧게 커트나 너클 서브를 넣고 난 다음에 주로 랠리 플레이를 한다. 두 사람 다 노미스 플레이를 지향하면서 상대방의 빈틈을 찌르려고 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랠리가 길어지기 마련이다(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우리가 시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안 그래도 말을 잘 안 듣는 몸이 더욱더 굳어가고, 무리하게 탁구를 치면 자는 동안에도 몸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지만, 그래도 다른 생각들은 잠시 접어 두고 땀 흘리며 탁구에 몰두하는 순간은 인생살이의 적지 않은 행복 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