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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산문

동시각의 상대성

by 길철현 2016. 3. 4.


동시각의 상대성

요즈음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어 여기에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약간은 복잡한 것이라 제대로 적어낼 수 있을지, 퀴즈의 형식으로 적어볼께요.


1. 시속 500km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박찬호처럼 강속구를 던지는 K가 50m 전방에 있는 S에게 열차 진행 방향으로 시속 150km로 공을 던졌다면 그 공이 S에게 날아가 맞을까요?


2. 똑같은 공간에서 S가 역시 50m 떨어진 곳에 있는 K에게 똑같이 시속 150km로 공을 던졌다면(그러니까 열차 진행 반대방향으로) 그 공이 K모군에게 가서 맞을까요?


3.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K가 차 밖 100m 전방에 있는 S에게 시속 100km로 공을 던졌을 경우와, 차에서 내린 K가 제자리에 서서 역시 100m 전방에 있는 S에게 시속 100km로 공을 던졌을 경우, S와 M 중 어느 편에 먼저 공이 도달하게 될까요?


4. 이번에는 시속 1000km로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K가 차 밖 1000m 전방에 있는 S에게 플래시를 비췄을 경우와, 차에서 내린 K가 제자리에 서서 역시 1000m 전방에 있는 M에게 플래시를 비췄을 경우, S와 M 중 어느 편에 먼저 플래시의 빛이 도달하게 될까요?


5. 이번에는 시속 1000km로 달리는 열차 안에다 100m짜리 막대를 설치해 놓고, 막대 양끝에다가는 전등(열차 진행 방향에서 보아 앞쪽 끝을 A, 뒤쪽 끝을 B)을 각각 설치해 놓았다고 가정을 합시다. 그리고 K가 정 중앙에(그러니까 막대 끝으로부터 50m되는 지점에) 서 있다고 합시다. 또 열차 밖에는 S가 역시 막대의 정 중앙이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기란 힘들겠지만)

이렇게 준비를 끝낸 다음 K가 막대 양 끝에 달린 전등에서 불이 동시에 켜지는 걸 보았다고 한다면, S에게는 그 불빛이 어떻게 켜진 것으로 보일까요?

----------------------->

B______________A

           K

----------------------->열차

           S


[답]

1.맞는다.

2.맞는다.

3.S.

4.동시에 도착한다.

5.차 진행 방향으로 보아서 뒤쪽 막대 끝(B)에 먼저 전등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철현]설명

내가 낸 문제가 어렵다는 것이 사람들의 중론인 것 같은데, 사실 몇 가지 원칙만 알고 있으면 그냥 답을 알 수 있는 쉬운 문제입니다. 물론 5번 문제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아야 할 그런 문제이긴 합니다만(다른 문제를 낸 것도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이해가 어려운 것만은 아닙니다.

1번부터 3번까지의 문제는 갈릴레이의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보면 답이 쉽게 나옵니다. 갈릴레이의 상대성 이론이라는 것은 “서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좌표계에서 운동을 보는 경우, 그 운동법칙은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를 1번 문제에 맞춰 풀어보면 (시속 500km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K가 50m 전방에 있는 S에게 열차 진행 방향으로 시속 150km로 공을 던졌다면 그 공이 S에게 날아가 맞을까요?) K와 S, 두 사람 다 500km로 움직이는 열차(좌표계)에 타고 있기 때문에(바꾸어 말하자면 두 사람 다 500km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두 사람에게는 동일한 운동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두 사람이 열차를 타지 않고 있을 때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K가 설사 시속 5km로 공을 던졌을 지라도 공은 S에게 날아갑니다. 일상생활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가 누구에게 물건을 던져본 적이 있는지요? 그 때 그 물건이 기차의 속력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것 같던가요? 혹은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아래로 떨어뜨린 적은? 기차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물건이 뒤로 떨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지로는 똑바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2번 문제의 답도 그러면 쉽게 알 수 있겠지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움직이고 있든 움직이지 않고 있든 같이 운동하고 있는 공간 내에 있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운동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동일 좌표계라는 것을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개차에서 공을 위로 던져 올린다면,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요.)

3번 문제(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K가 차 밖 100m 전방에 있는 S에게 시속 100km로 공을 던졌을 경우와, 차에서 내린 K가 제자리에 서서 역시 100m 전방에 있는 M에게 시속 100km로 공을 던졌을 경우, S와 M 중 어느 편에 먼저 공이 도달하게 될까요?)의 경우에는 한 쪽이 움직이는 경우이고 다른 쪽은 정지한 경우이기 때문에, 정지한 쪽에서 볼 때 ‘차 안에 타고 있는 K가 던진 공’은 시속 200km로 날아가고(시속 100km+100km), ‘차에서 내린 K가 던진 공’은 그냥 시속 100km로 날아가기 때문에, 당연히 앞의 경우가 먼저 도착하겠지요.

그렇다면 4번 문제(이번에는 시속 1000km로 달리는 차에 타고 있는 K가, 차밖 1000m 전방에 있는 S에게 플래시를 비췄을 경우와, 차에서 내린 K가 제자리에 서서 역시 1000m 전방에 있는 M에게 플래시를 비췄을 경우, S와 M 중 어느 편에 먼저 플래시의 빛이 도달하게 될까요?)의 경우에도 답은 ‘앞의 경우’가 먼저 도착해야지 상식적으로 맞을 겁니다. 만약 빛의 속도를 C라 하고 차의 속도를 V(이 경우에는 시속 1000km)라고 한다면 S가 본 속도는 C+V가 될 것이고, 그 다음 경우에 있어서 M이 본 속도는 그냥 C일테니까요. 그런데 빛의 경우에는 이러한 상식이 맞아 들어가지가 않습니다. C+V의 답은 C+V가 아니라 그냥 C가 된다는 군요. 다시 말해 ‘빛의 경우에는 속도가 언제나 일정하다’는 군요. 따라서 이 두 경우에 있어서 플래시 빛은 동시에 도착한다는 것이 답입니다. 이것이 아인쉬타인이 생각한 ‘특수 상대성 원리’의 기본이라고 하는데,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자면 ‘빛의 경우에는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아인쉬타인은 처음부터 이러한 전제에서 출발을 했는데, 왜 그런가 하는 것에 대한 답변은 드릴 수 없지만, 마이켈슨의 실험에서도 그렇게 밝혀졌고, 또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극히 비상식적인 사고방식을 전제하지 않으면, 동시각, 즉 서로 떨어진 두 장소에서의 동시각이라는 정의가 불가능하게 된다고 하는 군요. (+이것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뒷부분에 책을 인용해 두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한 번 읽어보시길.)

마지막 5번 문제(시속 1000km로 달리는 열차 안에다 100m짜리 막대를 설치해 놓고, 막대 양끝에다가는 전등(열차 진행 방향에서 보아 앞쪽끝을 A, 뒤쪽끝을 B라고 할 때)을 각각 설치해 놓았다고 가정을 합시다. 그리고 K가 정 중앙에(그러니까 막대 끝으로부터 50m되는 지점에) 서 있다고 합시다. 또 열차 밖에는 S가 역시 막대의 정 중앙이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기란 힘들겠지만. 두 사람이 막대의 정 중앙이 되는 곳에 동시에 위치하는 것은 열차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한 순간에 지나지 않네요.)

이렇게 준비를 끝낸 다음 K가 막대 양 끝에 달린 전등에서 불이 동시에 켜지는 걸 보았다고 한다면, S에게는 그 불빛이 어떻게 켜진 것으로 보일까요?)

(참조 그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B___________________A

              K

             가-->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열차 진행 방향

              S

5번 문제의 경우에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4번 문제에서 이야기한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빛의 속도 C에다 열차의 속도 V를 더한다고 해도, 그 속도는 여전히 C라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K는 움직이는 열차 안에 있고, S는 열차 바깥, 정지한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걸 염두에 두고 이 문제에 한 번 접근을 해봅시다. K가 이 막대의 양끝 A와 B에 달린 전등에서 불이 동시에 켜지는 걸 보았다고 한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킬까요? 빛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는 하지만(초속 30만 킬로미터) 무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A에서 그리고 B에서 출발한 빛이 K가 있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 시간 동안에 K는 원래 자리(이곳을 라고 한다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지점까지 이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이 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이 문제의 답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 이 말이 잘 이해가 안 된다면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전제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이 경우 빛과 K는 “서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좌표계에 있지만,” 갈릴레이가 주장한 ‘상대성 원리’가 맞아 들어가지 않는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즉 빛은 움직이지 않는 좌표계에 있고 K만 움직이는 좌표계에 있는 그런 상황과 마찬가지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빛과 K는 한 열차에 타고 있지만 빛은 이동하지 않고 K만 이동하는 듯한 그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풀어서 설명을 한다고 한 것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을 지도 모르겠군요.) K는 빛이 오는 동안에 지점에서 가' 지점으로 이동을 했으므로, B에서 가' 지점까지의 거리는 A에서 가' 지점까지의 거리보다 멉니다. 따라서 K가 B와 A에 있는 전등에서 동시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았다면, 밖에 있는 S의 관점에서보자면 B에 있는 전등의 불을 먼저 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B에서 가' 지점까지 빛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A에서 가' 지점까지 빛이 오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므로).

반대로 열차 밖에 있는 S가 B와 A에 달린 전등에서 동시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경우, K는 A에 달린 전등에 먼저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내용은 아인쉬타인이 [운동물체의 전자기학]이라는 논문에서 “동시각의 상대성”에 대한 고찰에서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떨어진 장소에서의 어떤 두 사건을 동시에 체험했다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인쉬타인의 이러한 생각이 혁명적이라는 것은 이전까지는 어떤 좌표계에서나 시간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출발을 했었는데, 즉 서로 운동하고 있는 좌표계들에서도 시간, 혹은 동시각은 절대적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아인쉬타인은 동시각이라는 것은 어떤 운동을 통해서 ‘사건’을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즉 이전에는 공간의 상대성을 인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인쉬타인은 시간까지도 상대적이라는 밝혀낸 셈입니다.

이상으로 내가 낸 퀴즈에 대한 답변은 다 한 셈입니다. 사실 내가 이 문제를 낸 것은 예전에 사또 후미다까라는 사람이 지은 [아인쉬타인이 생각한 세계](창작과 비평사)에서 ‘동시각의 상대성’이라는 부분을 읽고 ‘놀라운 생각’이라는 인상을 받긴 받았는데, 이해될 듯 이해될 듯 하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5번으로 제시한 문제) 그냥 의문으로 접어두고 있다가, 얼마 전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을 만나 설명을 들은 후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그 이해한 것을 나름대로 정리도 해보고, 혹시라도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약간의 정신적 혼란과 또 그걸 풀어나가는 재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의견은 ‘이해 불가’더군요. 해답과 설명을 제시한 지금에도 이해할 수가 없는지(나 개인적으로는 4번까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5번 문제는 만만치는 않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그렇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책에서 발췌한 부분>


동시각의 상대성


동시각, 즉 어떤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 그(아인쉬타인)의 표현에 따르면, ‘두 개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를 고찰하는 것입니다.

우선 아인쉬타인은 동일한 장소에서 두 개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확실히 동일한 장소에서 어떤 두 사건이 중첩되어 일어났다면, 그것을 동시에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인쉬타인은 이 논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기차가 7시에 여기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내 시계의 짧은 바늘이 ‘7’을 가리킨다는 사건과 기차가 여기에 도착했다는 사건이 동시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시계를 기차가 도착하는 곳으로 가지고 가면 그런 동시성을 확실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당연하다고만 볼 수 없는 사례가 있습니다. 서로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난 두 사건이 동시적인가 아닌가를 인정하는 문제입니다.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집니다.

서로 떨어진 장소라 하면 한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 다른 곳으로 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먼 곳에서 일어난 사건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볼 때, 양쪽이 동시에 일어난 듯이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는 짧은 시간에 그 사건의 상이 우리에게로 오지만, 먼 곳에서는 더 긴 시간이 걸립니다. 다시 말하면 가까운 곳의 사건이 먼 곳의 사건보다 뒤에 일어나야만 우리에게는 동시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첨가:우리가 본다는 행위는 물체에서 나오는 빛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과거를 보는 것이다. 물론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를 볼 때에는 그 시각이 워낙 짧기 때문에 그걸 인식할 수가 없지만, 태양만 해도 우리는 8분 19초 전의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태양에 폭발이 일어난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8분 19초 후에나 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떨어진 장소에서의 동시각은, 빛의 속도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주의해야 합니다.

아인쉬타인이 든 예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어떤 장소 A를 정하면, 일정한 시계를 기준으로 하여 그 장소 또는 그와 가까운 장소의 시각이 정해집니다. 이번에는 B라는 지점을 정해 놓으면,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역시 거기에 있는 시계로 시각을 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A장소와 멀리 떨어진 B장소 사이의 시각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입니다. 여기에서, A로부터 B로, 혹은 B로부터 A로 빛으로 신호를 보내서 시각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이때 A에서 B로 가는 빛의 속도와 B에서 A로 가는 빛의 속도는 동일해야 합니다. 만약 그 속도가 다르면 A와 B의 시각을 동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시계를 맞출 수가 없게 되니까요. 이 두 속도가 동일하다면, 지금 저쪽의 시계가 가리키는 ‘일정 시각’은 실제로는 이미 ‘일정 시각’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난 시점임을 서로 알게 됩니다.

그렇지만 A에서 B로 가는 빛의 속도와 B에서 A로 가는 속도가 다르면, 아무리 동시각으로 하려 해도 조금씩은 어긋나 버립니다. 따라서 어느 방향, 어느 경우에나 빛의 속도가 일정해야 한다는 조건은 동시각이라는 정의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이 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뒤에 첨부해 보았습니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전제는 앞 장에서 언급한 에테르라는 매체를 통해 빛이 전해진다는 가정과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아인쉬타인은 처음부터 빛은 어느 방향, 어느 경우에나 일정한 속도로 전해진다는 점을 전제로 하였습니다. 이 전제는 마이켈슨의 실험에서도 밝혀진 바입니다.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전제는 언뜻 생각하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길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비상식적인 사고입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서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시다. 즉 A가 B를 향해 ‘반짝’ 전등을 켰습니다. 그러면 빛은 A가 달리고 있는 속도만큼 더 빨리 전해지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것은 빛의 속도는 정해져 있다 해도 그 정해진 속도의 빛을 내는 물체가 B쪽을 향해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빛의 속도를 C라 하고 빛을 내는 물체의 속도를 V라고 합시다. 그러면 빛을 내는 물체가 V속도로 가까이 오고 있을 때 빛은 C+V의 속도로 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에서 앞을 향해 공을 던지면 그 공의 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속도는 항상 그렇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학교 시험에서도 틀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빛에 관한 한, V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서 그것이 나와도 속도는 여전히 C입니다. 지극히 비상식적이긴 하지만 이것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동시각, 즉 서로 떨어진 두 장소에서의 동시각이라는 정의가 불가능하게 되니까요.

이런 전제하에 아인쉬타인은 다음으로 서로 움직이고 있는 좌표계 이야기로 들어갑니다. 일정한 좌표계 K가 있다고 하고, 이 K에서 볼 때 속도 V로 움직이고 있는 좌표계 K'가 있다고 합시다.

?????V

K' ? A o' B

? ? ??????????????

? ? ?

K ? ???????????????????????

? ?

? ?

????????????????????????????????????????

o

(참조 그림)

이 좌표계들은 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지면에 정지해 있는 좌표계 K와 신깐센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좌표계 K'라는 식으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이 두 좌표계에서 지금 어떤 사건을 보았다고 하면, 사실 동시각이라는 것이 두 좌표계에서 달라집니다.

그러면 여기, 양 끝 AB에 전등을 설치한 막대기가 있는데 이 막대기는 지면에 대하여 속도 V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지면 좌표계를 K, 이 막대기와 함께 움직이는 좌표계를 K'라고 합시다. 이 움직이는 막대기 양 끝 AB에 있는 전등에서 빛이 나온다고 할 때, 빛을 발한 시각에 AB의 정중앙에 있는 관측자 O의 위치에서 보면 AB로부터 동시에 빛이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O의 위치에 동시에 빛이 왔다면, 통상 A와 B에서 동시에 빛이 나온 게 됩니다. 따라서 좌표계 K에서 볼 때 A와 B에서 동시에 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A와 B에 불이 켜진 사건을 K'에서 보아도 과연 동시인가를 생각해봅시다. K'에서 보아서 동시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이 막대기 AB의 중점을 O'라고 하면, O'위치에서 AB로부터 동시에 빛이 도달한 것이 바로 동시각이 됩니다. 그렇지만 아까 K에서 볼 때, A와 B에서 동시에 전등이 켜졌다면, O'에는 동시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O'는 O에 대하여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O'는 B쪽으로부터 오는 빛을 앞으로 나아가면서 받지만, A쪽으로부터 오는 빛을 A쪽에서 멀어져가면서 받게 됩니다.

따라서 좌표계 K에서 볼 때에는 동시에 전등이 켜졌다 해도, 좌표계 K'에서는 B쪽 전등이 먼저 켜지고 A쪽은 조금 있다가 켜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빛은 항상 같은 속도로 전달되니까요.

뭔가 속이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이번에는 거꾸로 생각해 봅시다. K'좌표계에 AB에서 동시에 전등이 켜졌다고 합시다. 그리고 좌표계 K'에서 볼 때, O는 움직이고 있습니다. A쪽이 가까우니까 아무래도 A에서 오는 빛을 먼저 받게 되겠죠. 따라서 A쪽 전등이 먼저 켜지고 B쪽 전등은 나중에 켜진 듯이 보이게 됩니다.

이리하여 K'에서 동시라는 것과 K에서 동시라는 것은 달라집니다. 서로 떨어진 장소에서의 동시각은 서로 운동하고 있으면 동시각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건이 동시적으로 일어났는가 아닌가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좌표계에서 보면 동시적으로 보이는가 하면, 그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고 하니, 깊이 생각지 않으면 궤변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대로 빛의 속도가 같다는 전제 아래 동시라는 것을 결정하는 방식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이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것을 아인쉬타인은 ‘동시각의 상대성’이라고 불렀습니다. 동시각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좌표계를 바꾸면 동시각이 될 수도 있고 동시각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전제에 대한 나의 생각]

먼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자. A에서 B까지 빛이 도달하는데 1시간 걸린다면, B에서 A까지 빛이 도달하는 데에도 1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제를 단순화하기 위해서 B에는 우리가 쓰는 것과 같은 시계가 없다고 하자. 그래서 A에서 시계에 대한 정보를 빛 신호로 실어 보냈다고 하자. A에서 10시에 그 신호를 보냈다면 한 시간 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B에서는 그 신호를 받아 해석하여 한 시간 후에 시계를 만들게 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 경우 시계를 12시로 맞추면 A와 시각이 같아질 것이다. B가 12시라는 걸 빛 신호로 실어서 보내면 13시에는 A에 도착할 것이고, B도 그 때 13시가 될 것이다. 이렇게 가정하면 A와 B는 동시각이라는 걸 갖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빛의 속도가 다르다고 가정을 해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빛이 도달하는 데 1시간 걸리고, B라는 지점에서 A라는 지점까지 빛이 오는데 2시간 걸린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번에도 B에 시계가 없다고 생각을 하자. 그 편이 이해하는 데 훨씬 수월하니까. A에서 시계에 대한 정보를 빛 신호로 실어보냈다고 하자. A에서 10시에 그 신호를 보냈다면 한 시간 후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B에서는 그 신호를 받아 해석하여 한 시간 후에 시계를 만들 게 되었다고 가정을 한다면, 시계를 12시로 맞추면 A의 시각과 같아질 것이다. 이 때 B에서 자신이 12시라는 걸 빛 신호로 실어서 보내면 14시에 A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때 B의 시각은 어떻게 되는가? 13시일까? 14시일까? 빛의 속도가 다르다고 가정을 할 경우 두 지점은 동시각이라는 걸 가질 수가 없게 되어, 어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의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A와 B지점에서 11시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B는 A에서 일어난 사건을 한 시간 후에 접하게 되고, A는 B에서 일어난 사건을 두 시간 후에 접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어떻게 이 두 사건을 동시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는가? 똑같이 한 시간 후에 접할 수 있어야 동시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지 않는가? A와 B지점에서의 두 사건은 동시에 일어날 수가 없게 되고 마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흐름은 깨어지고 만다. 이까지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하는 데 대해 내 나름대로 상상해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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