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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

황해, 무삭제 감독판 - 나홍진 (다운. 160629)

by 길철현 2016. 6. 29.



[핵심어: 폭력. 여자 문제(치정). 청부 살인. 죽음]


나홍진 :  " 남자들은 대부분 그 정도와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근복적으로 돈, 여자,가정 이 세 가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한 인터뷰에서)


영화 [곡성]이 인기를 끌고 있어서, 나홍진 감독의 "황해"를 다시 보았다. (첫 번째로 이 영화를 본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안 나고, 줄거리도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가운데, 대단히 폭력적이었다는 것, 특히 구남(하정우)이 승현(곽도원)의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은 끔찍하다는 느낌이 내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처음에 본 것이 무삭제 판이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으나, 기분이 안 좋은 그런 상태에서 본 이 영화는 내 기분을 더욱 우울하게 했던 듯하다. 이 영화에 대해서 당시에 짧은 글이라도 적어 둔 것이 어디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찾을 수가 없다.)


우선 떠오르는 말은 나홍진은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곡성에서 좀 소심하고 허약하던 곽도원이 불행이 딸에게 닥치자 점점 더 강한 성격으로 변모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아내와 소식이 두절된 채 빚에 허덕이던 택시 운전수 구남이 "버러지"처럼 쫓기다가, 나중에는 오히려 상황을 압도하는 그런 인물로 변하는 것이 흥미롭다. (나홍진은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가?)


빚을 갚고 아내를 찾기 위해 연길에서 온 조선족 구남. 그가 이 외국땅에서 확인하게 된 것은 아내의 변심과 살인 용의자로서 끊임없이 쫓겨야 한다는 것. 그에게 빚을 청산하는 조건으로 살인청부를 한 면가(김윤석)는 그를 '버리는 카드'로 이용했기 때문에, 그에겐 중국으로 돌아갈 배도 없다.


경찰은 무능하게 묘사되고, 폭력 조직이 보스의 욕망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면가는 돈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인간이고, 두려움 따위는 개에게 팔아넘긴, 괴력이라고 해야 할 힘의 소유자이다. 반면에 승현의 살해를 지시한 김태원(조성하)은 '자신의 아내를 건드린 승현'에 대한 복수심이 그를 추동하는 주된 동력이다. 일이 꼬이게 된 것은 승현의 아내가 은행직원과 바람이 나서 면가에게 살인청부를 하게 되었고, 그 일을 구남이 맡았다는 것.


구남이 승현의 아내와 은행직원을 응징하지 않고 그냥 사라진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구남은 자신의 아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아내가 영화의 마지막에 중국으로 돌아옴으로써 또 다른 여운도 남긴다.


영화는 폭주 기관차처럼 정신없이 달려가지만, 막장에서는 주요 인물은 물론, 상당수의 조직원들까지 죽고 만다(한 명을 죽이는 일을 둘러싸고 수십 명이 죽어나간다). 영화는 우리 안에 있는 '욕망'을 그것의 폭력성과 거침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또 언어가 부족함을 영화를 보는 눈이 부족함을 느낀다. 오이디푸스도 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잘 연결이 안 된다.)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 그 끝이 비록 죽음일지라도, 아니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가서, 거기에 무엇이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 정신분석적으로는 결국 근친상간의 욕망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