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은
하얀 관을 닮은 상자 속처럼
고요하다.
나는 태양에 마취된 채로
주술에 빠진 무당처럼
고요하고도 행복하다.
나는 사랑으로 열정으로
보글보글 끓고 있다.
마치 스스로 전기스위치를 넣은
색채의 남비처럼
색채에 취하여
난 종이등불처럼 막막히 행복할 수 있다
태양 속의 촛불처럼
난 뜨거움을 사랑하지만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소리가
점점 가까이 더욱 가까이 고막 가까이
다가들면
태양 속의 촛불처럼
난 뜨거움을 사랑하지만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소리가 무서워서
난 귀를 막고
침대 밑으로 화병 속으로 구두 속으로
숨어들어야만 한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난 침묵을 원해.
조용하기만 하다면
불난 집 문을 꽈꽉 잠가버리고
난 그 집이 불타고 있다는 걸
잊어버릴 수가 있어
불이야-- 소리가 없다고 해서
그 집이 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난 타오르는 태양의 침묵을 원해.
행복하게 미쳐서
귀머거리 불꽃 하나처럼
모든 문을 꼭꼭 닫아버리고
행복 하나로 봉합되길 원해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소리는
나의 고막을 두드리며 미친듯이 끼욱거리고
검은 까마귀
황녹색 측백나무 갈기들은
모두 불자동차 소리를 지르며
내 귀의 고막을 두드리고 있는데
누가 불속의 성자가 가는 길을
방해하는가--
난 커다란 손잡이가 달린 면도기를 들어
조용히 한쪽 귀를 잘라 버린다.
학살처럼 고요한 침묵이 오고
귀가 없는 자화상--
사람은 누구나
자기 십자가 위에서 구원받아야 한다고
난 또 피가 흐르는 두 손을 들어
거울 속의 불행한 얼굴을
그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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