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한 문장을 쓸 때마다
반드시
<나는 고뇌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하여 그의 책속에는
한 페이지마다
<나는 고뇌한다>는 문장이
마치 피묻은 붕대처럼
여기저기 사방에 너울거리고 있었다.
나는
하나의 화폭을 마칠 때마다
반드시
<나는 타오른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다.
그리하여 나의 그림 속에는
한 페이지마다
<나는 타오른다>는 문장이
마치 희열의 격분처럼
검은 불꽃나무 사이프러스처럼
소용돌이쳐 쏟아지고 있었다.
니체와 나는
인간들의 악취로 숨이 막히는
이 우스꽝스러운 동물원 속에서
고뇌하다가
타오르다가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것은 고뇌하면서 타오르는
신의 얼굴.
세상에서 가장 난폭하게 미쳐 있는
해바라기
연작들
나는 묻는다
미치지 않고서는
좀더 타오를 수 없었을까.
미치지 않고서는
타오르는 해바라기 속의 소용돌이치는
심령을
결코 만날 수 없었던 것일까
살아있는 동안
나는 온몸으로
소용돌이치는 글씨를 써야 한다.
<나는 타오른다>고 -
그리고 색채에 취하여
영원히 언덕과 보리밭을 달려가야만 한다.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 위하여
영원히 영원히
찬란한 간질성의 질주로 -
[출처] 타오름, 불, 해바라기 |작성자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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