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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김승희 -- 자기 십자가

by 길철현 2022. 3. 5.

지상의 불꽃이 사라지던 날에도

아직 우리에게 삶이 남아있다는 것은

이상하다.

사랑도 없고

연인도 없고

돈도 없는

검은 막장의 탄광빛 하늘 아래서도

아직 사람들은

감자를 먹고 무서운 결핵과 싸우면서라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에게도 나의 십자가가

있다.

탄광촌의 비참한 사람들에게도

생활의 십자가가 있듯이.

우리는 누구나 자기 십자가를 등에 지고

신을 증명하기 위한

아름다운 길을 찾으며

울고 있어야 한다

첫사랑이 죽었을 때

자비의 음악이 생겨나는 것처럼

지상의 불꽃이 사라졌을 때

난 

등 위의 내 십자가의 의미를 알았다.

네 몸의 십자가를 땔감으로 하여

타올라야 한다고--

그것만이 빈센트의 숙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