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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메리에겐 뭔가 우왕좌왕 (160818)

by 길철현 2016. 8. 18.


아무래도 더위를 먹은 듯하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40분 정도 밖에 없다. 그 안에 내 생각을 몇 마디 적어나가야 하는데, 자신감이) 나이 따윈, 혹은 더위 따윈 이렇게 아무리 외쳐도, 무력증과 피로감 앞에서 만사가 귀찮다. 써야 할 글들과 탁구 일지는 산처럼 쌓여 가는데, 그냥 모든 걸 팽개치고 싶기도 하고. 호구지책의 문제가 앞을 가로 막고 있는데, 씀씀이는 줄지 않아 적자 인생. 그 끝은?


어제는 도서관에 오기는 했지만 결국 비몽사몽 끝에 찜질방에 가서 한 40분 잔 다음 과외를 하러 갔고, (삶의 정말 흥미로운 부분들, 중요한 사건들은 공개적으로 말하기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살인자가 자신의 살인 행위를 공개적으로 글로 쓰는 것은 아마도 체포된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리라. 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예일까?) 오늘도 도서관에 와서 책을 좀 보고는 오후 다섯 시 경에 너무 피곤해서 - 엎드려서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꽤 잠을 많이 잤는데도 - 또 부근의 찜질방에 가서 B급 영화를  보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가, 그러면서 지난 시간 나를 괴롭혔던 - 이제는 어느 정도 해방이 되었다고 생각한 - 무력증이 다시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했는데, 그 때 불현듯


이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 영화가 나온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었다는 것이, 정말 시간이라는 것은 지나고 나면 어제 같은 일이 정말 오래 전의 일이다.  


좀 도를 넘는 장면들이 나와 사람을 당황하게 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훈훈한 코메디라서 두세 번 정도 본 듯하다. 그래서 별로 오래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 찜질방에서 문득 떠올랐던 장면은 남자 주인공인 벤 스틸러가 상담을 받는 부분이다. 벤 스틸러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 그 내용은 물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메리에 대한 이야기였던가? -  현재의 심리적 혼란을 이야기 한다. 이 상담실은 내담자가 상담자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는 앞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상담자는 그의 뒤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벤 스틸러가 혼자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동안 상담자는 몰래 빠져 나갔다가, 뭔가를 먹고 들어와서는 "시간이 다 되었으니, 다음 시간에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보자"라고 말하는 그런 장면이다.


이 이야기를 쓰는 까닭도 또 그 장면이 떠오른 이유도 분명치 않은 가운데, 그냥 글을 쓰고 있는데, 하나 떠오르는 말은 "단절감"이다. 나와 타인 사이에 느껴지는 단절감. 또는 나에게는 정말로 절실한 문제가 타인에게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마는 현실.


더위로 머리마저 멍하다. 이제 이 글을 접어야 할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그냥 좀 일찍 접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뭔가를 밝혀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미래는 좀 더 좋아지리라는 기대.


접는다.


(접었다가 뭔가 중요한? 걸 빼먹은 것 같아서 한두 자 더 적는다. 글에서 말하는 단절감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결코 단일체일 수 없는 나라고 그냥 뭉뚱그려 말하는 - 그것은 허상일 것인데 - 노래 가사에서처럼 너무도 많은 나 사이의 단절감이 더욱 크게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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