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권총을 쏘았나?
납덩이에 감긴 하늘 비로소 미쳐 춤추고
보릿대가 걷는다 뛴다 솟는다.
누가 보리밭에 총을 쏘았나?
보리가 피흘리며 보리로 일어선다
고독이 땀흘리며 고독으로 일어선다
구린내 내며
일시에 목숨이 목숨으로 출렁거린다
나에게도 누군가 겨누어 다오.
뼈속에 이는 찬바람 바닥에 누워
낮은 포복을 하는 태양을
만나보련다.
유일하신 하나님
그의 딸 애 밴 창녀 크리스틴도
전도사 빈센트 너도
새까만 뼉다귀로 찢어지리라.
한 마리 풀벌레 소리 없고
일체의 숨어 엿듣는 자 없는 길
아무도 유일하지 않고
아무도 홀로인 자 없도다.
비겁한 태양이 남은 때까지
당당하게 곤두박질하는 까마귀 까마귀떼
장대비 쏟아지는 어둠가장이
유일한 목숨 어디 갔느냐?
숨소리 바람소리 듣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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