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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고호·실편백나무 -- 안혜경

by 길철현 2022. 3. 15.

그토록 밤을 기다리며

들판에 누어있다.

타오르는 실편백나무의

꿈틀거리는 발바닥밑에

풀잎은 대기를 휘감아쥐는

바람에 몸을 내맡긴다.

 

부드러운 달빛과 어둠의 융단위에

미친듯한 폭풍우가 휘몰아친다.

풀잎이 물결되어 휩쓸리며

시간을 쓰러뜨린다.

나무의 가지가 한여름의

목을 조른다.

 

초승달은 허공에 걸터앉아 

대기를 어루만진다.

바람은 여름의 어깨위에

끝없는 몸짓으로 풀어져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