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산행기, 사찰, 사당, 문학관

감악산 임꺽정봉 하늘길[경기 양주시 남면 황방리](20220528)

by 길철현 2022. 6. 8.

[소개] 서울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내외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산으로 경기도의 파주시, 양주시, 연천군에 걸쳐 있다. 바위  '악'자가 들어가는 산들이 대개 그러하듯, 암봉이 험준하지만 등산이 그렇게 힘겹지만은 않다. 이 산의 명물로는 2016년에 개통한 출렁다리, 20미터 높이의 운계폭포, 범륜사, 정상봉에 있는 비석(비뜰대왕 비로 불리기도 했음), 그리고 2021년에 개통한 임꺽정봉의 하늘길(하늘길을 올라가는 코스는 신암저수지로 들어가 임도를 이용하여 선일재에서 올라가는 길이 제일  무난할 듯하다)등을 들 수 있다.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그 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한 듯하다. 또 이 산에는 돌탑을 쌓으며 사는 분도 유명하다. 

 

 

[두산백과]
위치 : 경기 파주시 적성면, 양주시 남면, 연천군 전곡면
높이 : 674.9m
문화재 : 범륜사

높이 674.9m이다. 예부터 바위 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하여 감악(), 즉 감색바위라고 하였다. 이 일대는 광활한 평야지대로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원래 감악사, 운계사, 범륜사, 운림사 등의 4개 사찰이 있었다는데 현재는 1970년 옛 운계사 터에 재창건한 범륜사만 남아 있다. 장군봉 아래는 조선 명종 때 의적 임꺽정이 관군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었다는 임꺽정굴이 있다. 6·25전쟁 때는 격전지로 유명해서 설마리 계곡에 영국군 전적비와 대한의열단 전적비가 남아 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으며, 의정부 북쪽 회천에서 양주시 남면을 지나 설마리를 거쳐 감악산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높이 20여 미터에 달하는 운계폭포가 나온다. 폭포 뒤로 범륜사가 있고 그뒤로 전형적인 암산의 모습을 띤 감악산이 보인다.

범륜사에서 감악산으로 오르는 길은 오른쪽 능선을 타고 임꺽정봉, 장군봉을 거쳐 정상에 이르는 코스와 남쪽에서 계곡길을 거쳐 올라가는 코스가 있다. 임진강 하류의 넓은 평야지대를 바라보면서 북쪽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도 있다. 맑은 날에는 개성의 송악산 북한산이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감악산 [紺岳山]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산행기] 

 

1998년도 아니면 1999년도에 이 감악산을 처음 찾았다. 그 때 나는 폭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산 자체보다 김인걸이 [한국의 비경]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운계폭포](김인걸은 [은계폭포]라고 함)에 더 초점이 가 있었다. 하지만 1999년 10월 30일에는 정상인 설인귀봉에 올랐고, 그 때의 산행기를 적어두기도 했다(아래에 첨부). 거기다 2000년에는 이 때의 등산을 회상하며 시를 한 편 적기도 했다. 그 뒤로도 여러 번 [운계폭포]를 찾았지만 산을 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2016년에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2017년 7월에 이 출렁다리를 찾았다가 [운계폭포]를 거쳐 범륜사까지 갔다 온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이 산을 찾지 않았는데, 작년(2021년) 9월엔가 임꺽정봉에 하늘길이 생겼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접했고(이 하늘길은 2021년 4월에 개통한 순창 용궐산의 하늘길에서 자극을 받은 것인가?), 그곳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신암저수지]가 있는 곳이라는 걸 알고는 오랜만에 이 저수지도 다시 찾고 등산도 하자는 생각으로 이날 오후에 이곳으로 출발했다(전날 술을 많이 마셔 숙취운전이 되지 않도록 오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신암저수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하늘길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찾으려 했으나 인터넷을 조사해 보아도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 선일재에서 올라가는 길이 맞는 길인데, [신암저수지] 위 약수터에서 올라가는 길을 따라가도 될 듯하여 그 길로 올라갔다. (이 길에서 큰 자귀나무와 그 아래에 앉아 있던 할머니 두 분을 사진에 담은 기억이 있는데 그 나무들은 아직 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꽃이 보이지 않아 찾을 수가 없었다.)

작은 백팩에다가 약수물을 한 통 받아 담았다.
금낭화

 

이 얼굴바위는 그 생김새가 독특하기는 하다
원당저수지. 전체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했다.
특이하게도 이 임꺽정봉이 정상보다도 1.4미터 정도 더 높다.

장군봉을 지나 능선을 따라가니 얼마가지 않아 임꺽정봉이고 하늘길이 아래로 보였다. 하늘길을 오르려는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내려가다가 돌아서서 찍으면 올라오면서 찍는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 정상까지 갔다가 올까, 하다가 시간도 많이 되었고, 이미 올라가 본 곳이라 곧바로 하산하기로 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역시나 올라오지 않고 내려왔기 때문일까 하늘길은 그다지 큰 전율이나 그런 것을 주지는 못했다. 

중앙에 있는 건물은 기상대. 설립된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선일재로 내려오다 샛길로 빠졌다.

 

개들이 떼를 지어 다녀서 다소 겁이 났다.

 

신암저수지에서 본 임꺽정봉
신암저수지

예상했던 대로 전체 등산에는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19991030년 산행/ 31일 적음]

 

<주말 등산기 1> 감악산 행

 

출발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차가 막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평소보다 일찍 아침을 챙겨 먹고, 길을 나섰다. 집앞 영풍 하이마트에서 필름과, 빵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다가, E마트에 가서 사면 카드로 결재할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쳐서 E마트로 향했다. 라면과 음료수, 맥주 등을 구입한 뒤 동부간선도로에 차를 올린 시각은 열시 반경, 의정부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 동두천으로 나가는 길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밀렸지만, 답답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울의 차막힘은 정말이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동두천 쪽으로 3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좌회전 해서 350번 지방도로 꺾어 들었다. 재인폭포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는 감악산 고개(설마치 혹은 설모치 고개)로 난 길을 많이 지나왔지만, 서울에서 이쪽 길로 들어가기는 처음이라 지도를 보면서 길을 잃어 버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 세웠다. 광적에 들어가기 전에 오른 쪽에 상당히 봉우리가 아름다우면서도 그다지 높지는 않은 산이 눈에 띄었었는데, 이번에 가는 길에 지도로 확인해 보니까 불국산이었다. 높이는 470M. 산이름이 재미있었다. 광적을 지나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나는 그 길을 그냥 지나 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한참 길을 달려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 그 길로 (56번 도로. [] 안에 숫자가 표시된 이 도로는 무슨 도로인지?) 가도 그다지 두르는 것은 아니었다. 가다가 막 장례 행렬을 시작하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몇 사람은 도로에서 교통 정리를 하고. 누군가 북망가?’를 선창하기 시작했다. 죽음과의 대면. 생로병사의 우리 인생사.

349번 지방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좌회전을 하고 나니까 그 때 부터는 모든 게 눈에 익었다. 늘상 보던 아파트 한 채, 그리고 가나안 농장,’ 이 농장을 지날 때마다 나는 친구인 규진이가 연수를 받았던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규진이가 연수를 받았던 그 끔찍하기 짝이 없었던? 그 곳의 이름은 가나안 농군학교인가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오늘의 감악산 행은 김인걸 이라는 분이 지은 <한국의 비경>이라는 책에 감악산 비뜰 대왕비()계 폭포가 동시에 실려 있어서, 일단은 산에도 올라 보고, 시간이 되면 폭포도 보고자 하는 계획이었다. 산에 올라 갔다가는 재인 폭포를 보러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해가 많이 남아 있을 때 산에서 내려와야 폭포를 볼 수 있으므로, 마음이 좀 급했다. 길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운 것에는 그런 탓도 있었다. 이 지방도로는 예전부터 4차선 확장 공사를 꾸준이 해왔는데 지금은 상당히 진척이 되어 있었다.

감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어디로 잡을까 하는 것이 그 다음 관건이었다. 김인걸의 설명대로라면 고개를 다 넘어가서 용문초등학교로 해서 올라가야겠지만, 어쨌거나 감악산은 들어가는 입구 <여기가 감악산 입구입니다>라고 써놓은 곳을 찾지 못해서 항상 애를 먹었다. 그리고 김인걸이 삼부연폭포에 버금가는 그런 폭포라고 써놓은 운계폭포도 설모치 고개 근처에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딘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유명하지 않은 탓도 있겠고, 또 그만큼 홍보가 미흡한 탓일 수도 있겠다.

고개 입구에서 나는 바위들이 연이어 늘어선 감악산을 사진으로 담았고, 그리고는 무작정 우회전해서 들어갔다.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니까 아담한 저수지가 하나 내 눈앞에 펼쳐졌고, 거기부터는 비포장이었다. 신암저수지라는 곳으로 낚시터로 이용되는 그곳은 뭔가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시간이 있다면 그 길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다시 산 입구를 찾아 설모치 고개를 넘어 가는데, 산장이 있는 곳으로 도로가 나있어 그곳으로 가보려다, 그냥 지나쳤다. 그 다음은 범륜사 입구, 그리고 쭉 내려오는데 운계폭포라고 큰 돌에다 이름을 새긴 안내판이 있고, 주차할 공간이 있었다. 일단 여기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거기가 등산길이라는 아무런 표식이 없었으며, 인부들 몇 명이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도로와 산 사이에는 개울이 흐르고, 그 너머에는 식당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지만, 그 뒤 어디로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 여기 등산길이 어디죠?’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여기 운계폭포가 어디에요?’하고 되물었다. 그들은 자기들은 초행길이라 모른다고 했다. 인부들에게 물어 보아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일단 나는 식당 뒤로 가 보았다. 아주 넓게 길이 나있지는 않았지만 등산로임을 알리는 헝겊이 하나 나무에 매어져 있어서 나는 성큼성큼 나아갔다. 돌아가 가족들에게 이리로 들어오라고 하려다가 내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들어오겠지,’ 혹은 아직 잘 모르는데 괜히 이 험해 보이는 길을 아이도 있는 사람들에게 굳이 가르쳐 줄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그냥 나아갔다. 지난 여름의 홍수 흔적이 아직도 남아 나무 뿌리가 송두리채 뽑힌 것이며, 개울 주변은 다소 지저분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그저께(목요일) 내린 비로 개울에는 물이 그래도 늦가을 치고는 제법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이곳으로 올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드디어 사오 미터 정도 되는 폭포가 눈에 들어 왔다. 저게 운계폭포일까?(그리고 왠일인지 필자가 은계폭포라고 썼던 그 폭포가 지금은 운계폭포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실망이 아닐 수 없는데, 필자가 20미터가 넘는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위에 진짜 폭포가 있었다. 아쉽게도 수직 폭포는 아니었지만, 비가 많이 올 때에는 볼만한 그런 폭포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는 형태가 지난 여름에 보았던 함양군의 용추폭포와 좀 닮아 있었다. 물론 높이는 이 폭포가 더 높았지만, 소의 크기와 깊이는 이 운계폭포가 용추폭포를 따라갈 수 없었다. 용추폭포는 소가 엄청 넓고 얼마나 깊은 지 물이 시퍼런 것이 무서울 정도였다.

얼마간 폭포를 바라보던 나는 사진을 몇 장 찍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아저씨 네 분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느냐? 시간은 얼마쯤 걸리느냐?’라고 물었고, 그들은 두 시간 반쯤 걸린다고 했다. 가파른 길을 타고 올라가자 널찍한 등산로가 눈에 들어왔다. 넓은 공터에는 차도 몇 대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폭포 밑에서 지붕만 보이던 건물이 바로 범륜사였다. 감악산으로 들어오는 일반 등산로는 범륜사라고 표지가 적힌 그 곳이었다. 물론 거기로 들어오면 입장료도 내어야 했겠지만.

범륜사는 그다지 유서가 깊은 절로는 보이지 않았다. 별다른 특색이 없는 절. 등산로도 별 특색이나, 아름다움은 없었다. 감악산이 돌산이라는 걸 알려주듯 산 중턱까지 내내 돌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약간의 외로움이 밀려 오고. 어디로 올라가야 정상으로 올라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똑바로 올라갔다. (등산로를 대충 그리자면 범륜사에서 쭉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가면 까치봉, 거기서 좀 더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가면 임꺽정봉, 그냥 중간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약수터를 지나서 설인귀봉으로 그냥 쭉 올라갈 수 있다. 길은 제일 빠른 길인지 몰라도 등산하는 재미는 적은 길이다.) 감악산에는 나무에다 이름을 적어놓은 팻말이 많이 있었는데, 한 곳에서는 나무 세 그루가, 하나는 갈참나무, 다른 하나는 굴참나무, 또 하나는 졸참나무였다. 다 비슷비슷해 보였지만 조금씩 달랐다. 갈참나무는 이미 잎이 다 떨어졌는데, 굴참나무보다 잎이 조금 작고, 나무 줄기는 좀 더 흰빛을 띠고, 줄기에 금?이 많이 가 있었다. 약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지친 다리를 끌고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조금만 더 걷다가 쉬어야겠다고 하는데, 산 마루가 보였다. 거기서 정상인 설인귀봉까지는 백여미터. 그러나 산꼭대기에는 비뜰 대왕비뿐만 아니라, 헬리콥터 착륙장, 군 부대 시설까지 들어서 있어서, 정상에 올라왔다는 기쁨이 반감되었다. 어쨌거나 나는 크게 야호를 외치고 사진기를 꺼내 여기 저기 사진을 찍었다. 사실 이곳은 휴전선과 너무나 가까운 지역이라, 군부대뿐만 아니라, 참호며 벙크 등등 군부대 시설이 너무 많이 있었다. 지난 번에 어딘가 옆 봉우리를 오를 때에도 보니까 온통 군대 시설투성이었다.

비뜰 대왕비에 대해서는 그 비문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서 누구의 비인지는 모르지만, 설인귀라는(설인귀봉이라는 이름도 거기서 나왔지만) 당나라 도호(당나라가 신라를 도와 승리한 후, 평양과 웅진에 도호부를 설치하고, 그 책임자를 도호로 삼았다.)가 세운 비라는 설과, 신라 진흥왕 순수비라는 설이 있는데, 대체로 전자가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산을 오르면서 나는 알사탕과 비엔나 햄을 계속 먹으면서 올라갔는데, 산꼭대기에서도 빵과 맥주 한 캔을 다 비웠다. 이상하게도 나는 걸신들린 사람처럼 계속 먹어댔다. 북쪽을 바라보니 아래로 임진강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산이 쭉 이어지는 데,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선가 부터는 북한일 거라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라도 적어볼까 했으나, 역시 잘 되지 않았다. 남쪽으로는 봉암 저수지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봉우리 아래 낮은 이름 없는 봉우리에는 하얀 성모상이 하나 서 있는 게 내 눈길을 끌었다.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린 데다가 그 위에 서 있는 성모상. 발에는 왠일인지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새겨 놓았다. 불상은 우리가 흔히 보지만, 성모상은 보기 드문 것이라 이상한 감회가 들었다. ‘기원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나약한 운명.’ 이제 나도 우리의 나약함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작년에 쌓아 올린 것으로 기증자는 김숙한(임마꿀라다)였다. 참 우스운 세레명이었다. 돌아나오는데 까치 한 마리가 푸르르 숲에서 날아올랐다. 그 비행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기에 담아 보려 했는데, 렌즈를 갖다 대기 전에 까치는 나뭇가지에 다시 앉아버렸다.

하산 길은 까치봉쪽으로 택했다. 오히려 이 길이 등산길로는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능선 길이라 하늘과 탁 트여 있어서 시원한 느낌도 더 들고. 맥주를 한 캔 해서 그런지 약간 알딸딸한 기분도 드는 것이 좋았다. 98년 여름 경인가 이곳을 찾았을 때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때 이 산은 메아리가 특히 오래 갔는데라는 생각이 떠올라 야호하고 고함을 질러 보았다. 진짜 메아리가 오래 꼬리를 끌며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나는 바보야’ ‘하고 자꾸만 소리를 질렀다. 까치봉을 좀 지나서, 다시 범륜사로 내려오는 길로 접어 들었다. 상당히 가팔라서, 이곳으로 올라오려면 고생깨나 해야 할 듯 했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던 길을 만나서, 돌길을 걷는데, 갑자기 아직 병상에 누워 있는 소희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났다. 울음으로 원한과 분노와 슬픔을 다 씻어 낼 수 있다면. 그런데 저 앞에서 일가족이 올라오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얼마나 걸어올라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한 시간 반 걸린다고 했다가 그 정도로 많이 걸리지는 않을 듯 해서 한 시간이라고 했다.

다시 범륜사를 지나 내려오는데, 이제 시간이 오후로 접어 들어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운계폭포 쪽으로 해서 내려 왔다. 어느 한 곳은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든 것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하는 [재인폭포] 방문기여서 생략)

 

[감악산 시편]

 

감악산을 회상하며

 

볕좋은 가을 날

불붙은 단풍이 내 마음 타오를 즈음에

그때, 나는 다시 감악산을 찾으리라

가을비 한 줄금 하고 난 다음이라면

은계폭포는 추락의 환희를 목청 돋구겠지

범륜사 불법의 수레바퀴를 돌아

돌 투성이 산길로 발아프게 들어설 때

갈참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참나무 삼형제 줄지어 늘어서서

재회의 악수를 청하기도 하겠지

옹달샘 한 모금의 힘으로

가파른 호흡과 흘러내리는 땀 가다듬은 뒤

정상의 고삐를 잡아당겨

정체불명의 비뜰대왕과 대적하리라

그 뒤에 철조망을 감은 채 버티고 선 부대는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임진강너머 아스름한 북녘 땅에 눈을 주다가. . .

그러나 무엇보다도

맨발로 돌투성이 산을 걸어 올라

가만히 두 손 내밀고 계신 성모 마리아께

어깨를 쪼는 참새의 무례함도

너그러이 웃어 넘기시는 성모 마리아께

내 지친 그림자를 살짝 포개 두리라

 

(2000 11 3)

(2000 11 7)

 

*감악산은 경기도 파주군에 위치하고 있다.

*정상에 있는 비뜰대왕비는 당나라 설인귀라는 사람이 세웠다는 설이 있으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석.

*특이하게도 마리아상이 정상 부근에 있다.

*고유 명사의 한자 표기: 紺岳山, 隱溪瀑布, 梵輪寺.

(은계폭포는 지금은 운계폭포라는 명칭으로 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