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사람이 블랙 홀로 빨려 들어간다.
어느 날 두 사람이 블랙 홀로 빨려 들어간다.
어느 날 네 사람이 블랙 홀로 빨려 들어간다.
어느 날 사만 명이 블랙 홀로 빨려 들어간다.
어느 날 ······ 어느 날 ······
어느 날 지구는 잠잠 무사하고
텅 빈 아시아 대륙
황량한 사막 위로 모래바람이 불어 가고
마지막으로, 실패한 한 남자 곁에
한사코, 실패한 한 여자가 눕는다.
어디선가 붉은 양수가 질펀하게
세어 흐르기 시작하고
(누구, 너희는 누구?)
허공 한 구석에서
외계인의 눈알 하나가
조소처럼 빛나고 있다.
[즐거운 일기]. 문지. 198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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