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어이, 거기 키 큰 남학생, 자꾸 옆의 여학생만 쳐다보지 말고 앞쪽의 폭포를 보세요. 그래, 자네 말이야, 자네. 자네, 폭포에 대한 정의를 한 번 내려 보게. 물이 떨어져 내리는 것이라고. 그렇지. 좀 더 덧붙이자면 계곡이나 혹은 강에서 물이 일정 정도 이상의 편차를 두고 수직으로 혹은 수직에 가깝게 흘러내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러분, 내 목소리 잘 들려요? 그래도 지금은 떨어지는 물의 양이 적은 편이라서 이 정도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하지요. 폭우가 한차례 지나간 다음에 폭포가 온 힘으로 떨어질 때는 그 떨어지는 물소리 때문에 다른 소리는 하나도 안 들릴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시간이 되면 폭우가 한바탕 지난 다음에 폭포를 한 번 보러 가보세요. 이 재인폭포라도 좋고 아니면 다른 폭포라도 좋아요. 우리나라의 하천은 계절이나 강우량에 따라서 수량의 변동이 엄청나게 크잖아요. 며칠 전에도 말했듯이 하상계수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요. 대부분 강이나 계곡의 상류에 위치한 폭포의 경우에는, 특히 수량의 변화가 극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재인폭포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른 봄이나 늦가을 가뭄이 심할 때는 아예 말라버리기도 하고, 겨울에는 얼어붙어서 빙폭을 형성하지요. 어쨌거나 오늘 우리가 폭포의 진면목을 볼 수는 없지만, 이 정도 수량이면 폭포에 대해서 강의를 하기에는 적당하다고 해야겠지요.
여러분, 폭포가 영어로 뭔지는 다 알지요? 워러폴. 맞아요. 영어는 역시 혀를 잔뜩 꼬부려야 제 맛이 나는 언어예요. 줄여서 폴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그러면, 폭포를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 아는가요? 모두 잠잠하군요. 칠판이 없으니까 쓸 수는 없고, 폭자는 폭포를 가리키는 폭자인데, 이 폭자를 살펴보면 물 수 변에 사나울 포자가 합쳐진 것이지요. 그러니까 한자를 풀어보면 폭자는 사나운 물이라는 뜻이 되는 겁니다. 포자는 여러분, 무슨 포자일까요?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베 포자를 씁니다. 떨어지는 물이 옛날 중국 사람들의 눈에는 베, 그러니까 흰 옷감을 길게 늘어뜨려 놓은 것 같다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에요. 그럴듯하지 않은가요? 언어를 상당히 비유적으로 사용한 예라고 할 수 있지요. 폭포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그러니까, 베를 길게 늘어뜨려 놓은 것 같은 사나운 물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잠시 영어 공부를 좀 더 해보기로 하지요. 일반적으로 폭포를 가리킬 때 쓰는 영어 용어가 워터폴, 줄여서 폴이라고 한다고 했는데, 누구 혹시 다른 말 들어본 사람 있나요? 자, 지금부터는 메모를 하세요. 우선 캐스케이드, 스펠링은 C-A-S-C-A-D-E, 이것은 경사가 완만해서 물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경우를 가리키지요. 그 다음 래피드, R-A-P-I-D, 래피드는 우리말의 급류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요. 캐스케이드보다 경사가 더 완만한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터랙트, C-A-T-A-R-A-C-T, 이 말은 규모가 큰 폭포를 가리킬 때만 쓰지요. 이 캐터랙트라는 단어에는 다른 뜻도 있는데 혹 아는 학생 있나요? 아무도 모르나요, 안과 질환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백내장을 영어로 캐터랙트라고 합니다. 눈동자가 폭포가 떨어져 내리는 듯 희뿌옇게 변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데.
또 우리말로는 기울기에 따라 이 재인폭포처럼 수직이거나 수직에 가까우면 직폭, 기울기가 다소 완만해서 물이 바위를 타고 흐르면 와폭 이렇게 크게 두 종류로 나누죠. 그러니까, 영어의 캐스케이드나 래피드는 우리말의 와폭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지요. 폭포를 가리키는 말에는 이 밖에도 비류, 비천, 수렴 등이 있는데 자주 쓰는 말은 아니네요.
여러분, 이렇게 폭포를 보고 있으면 무엇이 또 눈에 들어옵니까? 물론, 이 재인폭포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이 정으로 쫀 듯한 특이한 형태이긴 하지요. 이렇게 용암이 급격하게 식고 굳으면서 육각기둥 모양으로 형성되는 지형을 주상절리라고 한다는 걸 배운 기억이 나나요? 그러나, 폭포하면 또 함께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용소가 아니겠어요. 여러분에게 용소라는 말은 낯설겠지만, 폭포가 떨어지는 곳에는 대부분 물웅덩이가 생기지 않습니까. 그걸 용소라고 하지요. 이 용소를 폭호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이 재인폭포의 경우는, 여러분이 보다시피, 이 용소가 상당히 크게 형성되어 있어요. 깊이는 어느 정도일 것 같아요? 누가 한 번 직접 들어가서 재어 볼까요? 농담이고. 가장 깊은 곳이, 2미터가 좀 넘을 것 같아요. 재인폭포의 특징은 용소가 상당히 넓은 대신에 깊이는 상대적으로 덜 깊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폭포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경우에는, 폭포의 높이보다도 그 밑에 형성된 호의 깊이가 더 깊다고 합니다. 물론 직접 들어가서 재어본 것은 아니니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하지만, 폭포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떨어지는 동안에 대부분의 물이 흩날려 버리는 경우에는 용소가 발달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설악산에 가면 우리나라 삼대 폭포 중의 하나인, 우리나라 삼대 폭포로는 대체로 금강산의 구룡폭포, 묘향산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를 꼽는데, 그중 남한에 있는, 설악산의 대승폭포의 경우는 그 높이가 88미터에 이르는데, 높이는 너무 높고 수량은 적어서, 용소가 별로 발달하지 않은 좋은 예가 되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절벽의 하단부를 보면, 침식이 많이 되어 움푹 들어가 있지요. 그건 소용돌이치는 물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으로, 전문 용어로는 플럭킹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폭포는 어떻게 해서 생길까요? 폭포의 형성 조건은 서너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조건은 암석 종류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지요. 강물 혹은 계곡물이 암석 위를 흐르는 경우가 있겠지요. 그런데, 단단한 암석 위를 흐르다가 무른 암석을 통과하게 되면, 당연히 무른 암석이 더 빨리 침식이 되겠지요. 그 결과 두 암석이 만나는 부분에는 급경사의 경계가 생기게 되고, 따라서 폭포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예는 한탄강의 상류에 있는 직탕폭포에서 볼 수 있고, 또 나이아가라 폭포도 이렇게 형성된 예이지요. 이런 폭포는 폭포가 점점 더 상류 쪽으로 후퇴하여 시간이 흐르면 소멸되고 말지요. 두 번째로는, 본류와 지류가 만나는 곳에서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본류의 수량이 많기 때문에 침식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그 침식의 차이로 인해 폭포가 생기지요. 이 밖에도 산사태나 용암 등이 강의 흐름을 막아서 호수가 생길 때, 그 호수를 넘쳐흐른 물이 폭포가 되기도 하지요. 또, 단층이나 지각 변동 등에 따른 경사의 변환부에도 폭포가 생기지요. 재인폭포의 경우에는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이 한탄강과 주변의 낮은 지역을 뒤덮은 것, 본류의 한탄강과 지류가 만나는 지점의 침식 속도의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강의는 이 정도로 마치고, 각자 폭포를 좀 더 관찰한 다음, 다음 장소로 이동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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