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1896-1948)/ 1927-1929
- 읽고 나서
나혜석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인물이다. 한 마디로 그녀는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인 신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타이틀을 가졌고, 또 유부녀임에도 유부남(?)인 최린과의 연애 사건으로 당시 조선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자유분방하고 당대 관습과 맞지 않는 도발적인 사고 등에 대한 사회적 압박감으로 정신병을 앓다가 결국에는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녀는 변호사였던 남편과 함께 2년 동안 구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라고 할 만한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구미 각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소감을 기록한 이 글은(화가로서의 시선이 두드러진다) 소련을 포함한 당시 구미 각국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 발췌
- 소비에트 러시아를 가다
36) 모스크바에 가까이 다가가자 농촌은 온통 감자로 깔렸다. 선로 주변에는 걸인이 많고, 정거장 대합실 바닥에는 병자, 노인, 어린이, 부녀들이 신음하고, 울고, 졸고, 혹은 두 팔을 늘어뜨리고 앉아 있거나 담요를 두르고 바랑을 옆에 끼고 있는 참상이니, 러시아 혁명의 여파가 이러할 줄 어찌 가히 상상하렸으랴. 러시아아라면 혁명을 연상하고 혁명이라면 러시아를 기억할 만큼, 시베리아를 통과할 때는 무엇인지 모르게 피비린대 공기가 충만하였다.
40) 시가지 어느 교회당 정문ㅇ는 '종교는 아편'이라고 써 붙였다. 군중은 그것을 보면서 그 곁에 있는 회당에 들어가 절을 하고 나온다.
- 파리에서 스위스로
54) 이런 자리에서 어학에 능통하면 유익한 대화가 많으련만 큰 유감이었다. 어학이란 잘하면 도리어 결점이 드러나나, 못하면 귀엽게 보아주는 수가 있다. 그리하여 맞으면 다행이요, 아니 맞으면 웃음이 되어 오히려 애교가 되고 만다. 참 무식한 것이 한이 된다.
- 서양 예술과 나체미 : 벨기에와 네덜란드
- 아아, 자유의 파리가 그리워
86) 파리에서 한 발만 나가면 빈약하고 살풍경하니 건전한 문명, 건전한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98) 개선문이 보이는 샹젤리제 거리는 자동차가 쉼 없이 왕래하여 직물과 같이 복잡하고 조밀한 것이 미적 극치에 달하였다.
- 베를린의 그 새벽
- 이탈리아 미술을 찾아
133) 윤심덕
- 도버 해협을 건너다
160) 도로는 전부 캐나다에서 가져온 토목으로 깔았다. 시내에는 전차가 없고, 시외에만 있다. 2층 버스가 무수히 왕래하고, 지하철도 있다. 시민 7백만 명의 주택은 모두 별장식이요, 정원 없는 집이 없다. 식민지에서 뺏어온 것으로, 시가지 시설이 모두 풍부하다. 곳곳에 공동변소는 지하실로 되어 있다.
166) 영국인은 말수가 적고, 침착하고, 고상하고, 자제력이 많다. 규칙적이고 활동력이 뛰어나며, 의지가 강하다. 외부에 대하여 자기를 긍정하는 분투적 정신을 지니고 있으며, 타인에게 좀처럼 굴복하지 않는다. 공리공상을 즐기지 아니하고, 언제든지 실제적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 정열의 스페인행
-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192) 뉴욕은 인구가 9백만 명 되는 세계에서 제일 큰 도시이다. 동시에 세 사람 앞에 자동차가 1대씩이라 하니 자동차 많기로도 세계 제일이요, 건물 높기로도 세계 제일이며, 돈 많기로도 세계 제일이다.
(나이야가라 폭포,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 태평양 물결이 뱃머리를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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