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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김광규

김광규 - 누렁이

by 길철현 2024. 9. 11.

누렁이 

                 김광규

 

두 앞발 가지런히 모으고

양쪽 귀 쫑긋 세우고

못 보던 누런 토종개 한 마리

포장도로 길가에 앉아 있네

뒷발로 벌떡 일어서 반갑게

맞이할 주인 어디로 갔나

날이 어두워도 나타나지 않에

혼자서 음식 쓰레기 주워 먹고

자동차 지나갈 때마다

꼬리 몇 번 흔드는 누렁이

길바닥에 내려놓고

사라진 주인 돌아오지 않네

벌써 며칠째인가 온종일

SUV 달려간 쪽 골똘히 바라보며

슬픔에 지쳐버린 누렁이

맥없이 길가에 엎드려 있는

황색 유기견 한 마리

 

김광규. [오른손이 아픈 날]. 문지. 2016. 72.

 

- 자기를 버린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황색 유기견의 슬픔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 개의 슬픔이 배가 되는 것은 주인이 자신을 버렸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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