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
김광규
두 앞발 가지런히 모으고
양쪽 귀 쫑긋 세우고
못 보던 누런 토종개 한 마리
포장도로 길가에 앉아 있네
뒷발로 벌떡 일어서 반갑게
맞이할 주인 어디로 갔나
날이 어두워도 나타나지 않에
혼자서 음식 쓰레기 주워 먹고
자동차 지나갈 때마다
꼬리 몇 번 흔드는 누렁이
길바닥에 내려놓고
사라진 주인 돌아오지 않네
벌써 며칠째인가 온종일
SUV 달려간 쪽 골똘히 바라보며
슬픔에 지쳐버린 누렁이
맥없이 길가에 엎드려 있는
황색 유기견 한 마리
김광규. [오른손이 아픈 날]. 문지. 2016. 72.
- 자기를 버린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황색 유기견의 슬픔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 개의 슬픔이 배가 되는 것은 주인이 자신을 버렸다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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