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저수지 행

by 길철현 2024. 11. 1.

저수지를 왜 찾느냐는 질문은

왜 사느냐는 질문과 같아서 

뾰족한 대답이 궁하다

 

그저 어떻게 저수지를 찾느냐,

에 집중할 따름

 

대부분의 저수지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내비를 따라가면

코앞까지 데려다준다

 

문제는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저수지이다

 

너무 크면 찾아가더라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돌아야 할지

엄두가 잘 나지 않고

 

이름도 얻지 못한 

내비에 그저 파란 얼룩으로 표시된 어떤 곳은

가는 길이 지리멸렬이다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봐야

막상 현장에 가면 산산조각나고야 만다

머리도 머리지만

손발을 부지런히 놀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이름뿐인 저수지는

웃자란 풀과 나뭇가지와 거미줄을 헤치며

도달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겨우 길이 가까스로 보인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양을 걷다  (2) 2024.10.29
시인  (6) 2024.10.22
가볍게 가볍게  (2) 2024.10.18
AI 씨가 나보다 시를 더 잘 쓴다고  (0) 2024.10.16
재인폭포에서  (0)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