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홍순오(86)
지금쯤은
흰 페인트로 덧칠된 이 도시를
태양이 작열할 터인데.
콩알만한 푸르름이 그리워
어설픈 몸짓으로 거리에 서면
빨강, 파랑 구별없이
질주하는 온갖 차량들.
두 사람 굳은 악수
춘향전 한 대목으로 피어오르는 고속터미널.
떨어져 있으면 눈물이고 이별일지라도
오늘은 웃음이고 사랑이자.
시월 플라타너스 잎처럼 떠다니는
조각난 노트장
누구 집 처녀가 밤새 써놓고 아침이면
보내지 못한 사연일까
내가 받아줄까.
찡그리던 하늘은 마침내 폭탄을 내리뿌리고
아직 미완으로 남은 책상 구석 고이 간직한
시 한편을 채워 줄 시어 인양
단 하나의 폭탄도 빼지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방패하나 가지지 않은 여름 거리엔
내일 아침이면 수평너머로 부터
파닥파닥 흰 날개를 저으며 올 한줄 시를 기다리는
사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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