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 비에 젖은 나뭇잎처럼 아스팔트에 붙어있던 세포들이 하나, 둘씩 고개들어 숨을 쉰다. 파릿한 새벽 공기가 가슴속에 파문을 만들어 온몸에 번져나가는 것은 가을을 바라는 우리 그리움의 걸신이 너무 간절했기 때문일까? 정수리를 쪼아대는 햇빛 아래서 우리의 무기력함이 너무 처절했기 때문일까. 지리한 그림자를 끌며 밀려가는 여름의 등 뒤에서 우리는 지치고 무거운 무릎을 애써 피며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비틀거림 속에서도 하늘을 우러르는 나무가 되려 했고 서로 모여 숲이 되기를 원했다.
응집력을 가지기보다는 콩알들이 되려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안타까와 육체를 알콜로 마비시켜도 정신은 먼 하늘 위에서 마주치지 못하는 구름이 되었던 아픈 기억을 더듬게 되지만, 마음의 반은 뒤춤에 숨기고 반만을 드러내는 것이 어른이 되면서 익혀야 하는 진실이라는 것을 부정하려 무던히 애썼다. 우리는 벽이 있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그 벽을 뚫으려 깨진 이마를 부딪히고 또 부딪히지만, 힘게 겨웁다해서 그것을 망각하지는 않는다.
화려한 변명들로 초라한 우리 모습을 감추고 싶지는 않다. 감출수 없는 우리의 피눈물이 모일 때 언어와 문학에 새로운 정의와 질서를 부여할 수 있음을 믿기에.
우리는 어리지만, 그래서 하얀 마음이 있다.
문창반이여. 힘차게 일어나자. 이제 눈 뜬 우리의 세포들이 어울려 춤추게 하자.
겨울이 오고 있다. 두터운 외투와 한 잔 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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