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기저귀를 갈면서

by 길철현 2024. 12. 5.

육십이 되도록 결혼을 못했으니

아이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이생에 기저귀를 갈 일은 없으리라 했는데

엄마는 나이가 너무 많아 새로 한 살이라 우기더니

급기야 진짜 한 살배기처럼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었다

초보 땐 무엇이나 그러하듯

기저귀 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좌우는 물론 위아래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엄마가 아무리 한 살이라고 우겨도

몸피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니

애기 기저귀 가는 것보다는 갑절 이상 어려우리라

엄마는 똥오줌을 못 가리는 자식이

울고 떼를 쓰는 아기가

그래도 마냥 사랑스러웠을까?

엄마의 젖을 문 아기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했을까?

조금만 더 거슬러 가보면

엄마와 난 한몸이기도 했다

역전된 엄마와 나의 관계

기억은 물론 말조차 잃어가는 엄마

엄마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지 육십을 헤아리지만

끊어도 끊어도 끊어지지 않는 탯줄 하나가

그녀와 나를 아직도 한 몸으로 묶고 있는가

 

(20241206)

 

 

 

 

 

 

 

 

 

 

 

 

 

 

 

 

 

 

 

 

 

 

육십이 되도록 결혼을 못했으니

아이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이생에 기저귀를 갈 일은 없으리라 했는데

엄마는 나이가 너무 많아 새로 한 살이라 우기더니

급기야 진짜 한살배기처럼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었다

초보 땐 무엇이나 그러하듯

기저귀 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좌우는 물론 위아래도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엄마가 아무리 한 살이라고 우겨도

몸피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니

애기 기저귀 가는 것보다 갑절 이상 어려우리라

엄마는 똥오줌을 못 가리는 자식이

울고 떼를 쓰는 아기가

그래도 마냥 사랑스러웠을까?

엄마의 젖을 문 아기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했을까?

조금만 더 과거로 돌아가면

엄마와 난 한몸이기도 했다

역전된 엄마와 나의 관계

기억은 물론 말조차 잃어가는 엄마

엄마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지가 육십을 헤아리지만

끊어도 끊어도 끊어지지 않는 탯줄 하나가

그녀와 나를 아직도 한 몸으로 묶고 있는가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둥이 2  (0) 2024.12.12
1004를 만나다  (0) 2024.12.06
김광훈 회장님 전상서  (1) 2024.12.05
도시의 밤은 피로하다  (0) 2024.12.04
황홀  (0)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