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책
유경동(86)
오늘
둑 위에 서서
두어 번 휘파람을 불다
서늘한 바람이
휘돌던 소리를 거두어 버린 뒤
가을도
누렇게 부황아 자빠진 들판에
학
서너 놈 날아와
복들을 접고 지껄이더라
바람에 실린 햇살이
풀숲을 쑤시면
터져나오는 풀벌레 악다구니
바람만 없어도 가을일 것을
발목까지 차오른 소리를 보고도
목을 빼고 휘청이는 학처럼
차마 발을 못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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