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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한국현대시

박용철 -- 떠나가는 배

by 길철현 2025. 4. 25.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최나니

골잭이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일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대일 어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1930년, <시문학>

 

[감상]

박용철의 시로 알려진 것은 이 시가 그의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것도 김수철이 이 시의 한두 구절을 차용한 "나도야 간다"라는 노래가 인기를 끈 것과 무관하지 않다. '떠나가는 배'에 빗대어 나도 떠나고자 하지만 정든 것들과, 또 미래에 대한 불안('앞애일 어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등이 발걸음을 붙드는 상황을 잘 담아내고 있다.

 

[어휘풀이]

묏부리 : 멧부리, 산꼭대기

희살짓는다 : 희롱거린다

어덕 : 언덕

 

 

한계전. <한계전의 명시 읽기>. 문학동네(2002).

64) '덩어리'의 시론

65) 고통의 분비물로서의 시혼

66)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음악성이 결여

--) 그의 시가 서정시의 본령을 이루는 '심혼'의 존재를 우리 시사에 내놓는 성과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음악에 생래적으로 둔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거니와, 어쩌면 그의 시의 음악성 결여는 그의 운명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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