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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둔과 우둔 아둔과 우둔 아둔과 우둔이 아 우연찮게 만나 첫눈에 그만 서로의 둔함에 반해 집을 짓고 오손도손 살았대요 때론 아웅다웅 하면서요 아둔은 아둔하게 우둔은 우둔하게 그렇게 살았는데요 그래 그만 기쁘게도 덜컥 애기가 생겼대요 애기를 아둔으로 해야할 지 아니면 우둔으로 해야할 지 아둔은 우둔으로 우둔은 아둔으로 처음엔 서로서로 양보를 했더래요 시커먼 속에서는 아둔은 아둔으로 우둔은 우둔으로 소리 없는 고함이 터져 나오는데도요 아침부터 우중충한 어느 날 아둔이 아 할 때 우둔은 우 했대요 아 하니 우 하고 우 하니 아 해서 아 우 아 우 아우아우 결국 아우 성만 남았다더군요 (98년 7월 7일) (98년 7월 21일) 2016. 4. 14.
K에게 돌이켜 보니 그대를 목숨보다 사랑한다면서 엽서 한 장 띄우지 않았군요. 그대, 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죠. 편지 없어도 내 사랑은 완벽하다 굳게 믿었더랬죠. 밖에서는 끈질기게 비가 내리는군요. 심심찮게 비 피해 소식도 들리구요. 어떻게 지내나요? 혹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비가 그대를 괴롭히지는 않는지? 빗소리가 간혹 그대 음성이 되어 내 귀를 두드립니다. 일 년 전, 보낼 수 없는 그대를 떠나보낼 때, 그때도 장맛비가 무던히도 내렸지요. 나는 그 비에 내 울음을 실었습니다. 아니 비가 울음이고 울음이 비였습니다. 그런데, 비 그쳐도 울음 그치지 않아 나 그만 울음의 벽 안에 감금되고 말았지요. 정지된 시간은 흐르로 흘러 또 이렇게 장마를 맞게 되었군요. 그대여, 끈덕진 장맛비가 못둑을 넘듯 내 울음.. 2016. 4. 14.
물방울 유리알 같은 물방울 하나 투명하고 맑은 모습으로 나뭇잎 타고 연못 떠다니네 손님은 하루살이 한 마리 이는 바람 따라 행선지도 없이 물방울 연못 떠다니네 (19980618) (20230827) 2016. 4. 14.
남해 금산 이성복과 엄원태가 찾았던 남해 금산그 산을 나도 오르네이성복은 깨어진 사랑으로 울음 속에 잠기고병에 겨운 엄원태는아름다운 어깨의 금산을 끝내 올려다만 보았다지깨어질 사랑도 없고두 다리엔 힘만 끓는 나는호흡 채가는 경사를남보다 몇 걸음 지나 앞서 뛰어오르네쌍홍문 지나 정상 부근불현듯 쏟아지는 소낙비에사람들 물에 물 풀리듯 녹아들고졸지에 혼자 버려지네굴참나무 이파리는튀어 오르는 빗방울까지 막지는 못해신발 젖고 바짓가랑이 젖고내 마음 한 켠도 젖어 떤다네스물다섯 해, 짧지 않은 시간사람들 사이,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돌아오지 않는 짝사랑만 내 연인이었네비는 자꾸 몰아쳐 비보라로 몰아쳐나무며, 바위며 자꾸 갇히고그 가운데 나도 자꾸 갇혀가네                                       (1.. 2016. 4.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