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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104

고호의 귀 -- 이승훈 이 밤도 인내의 동굴 속에 가장 나약한 염소를 기르며 방황과 기도의 시골 들판을 달리는 너의 질주는 역사와 문명의 어둠 속에 귀를 자르며 발광하는 너의 질주는 이 밤도 터지는 기쁨의 절벽을 향해 사랑을 향해 겨울을 깨뜨린다 2022. 2. 22.
고호의 구두 -- 이승훈 악몽 속에 피어 있는 한송이 장미 오늘도 악몽의 폭약 속에 피어 있는 한송이 장미 나를 삼키는 한송이 장미 악몽의 바다에 떠 있는 장미 나는 오늘도 너하고 논다 악몽의 장미는 시들지 않는 세월의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오늘도 중얼댄다 네 가슴에 난 털을 조심해! 2022. 2. 22.
고호의 의자 -- 이승훈 고호의 의자에는 파이프 하나와 불타는 여름 해와 불타는 여름 나무와 불타는 피가 있고 지친 인생이 있고 시골에서 마악 돌아온 내 마음이 있다 누군가 별안간 웃어버린 외롬이 있고 어디에도 없는 네가 있다 오늘도 너무 피곤해 녹색 벽 가까이 놓여 있는 고호의 의자에 내가 앉으면 나는 이내 사라진다 2022. 2. 22.
고호의 싸이프러스 나무 -- 이승훈 나를 삼키고 한낮을 삼키고 한밤을 삼키고 꾸역꾸역 어제를 삼키고 어제의 분노를 삼키고 어제의 분노의 학교를 삼키고 삼키고 삼키고 삼키는 너의 입은 타오르는 불 오늘도 나타나 엉터리 시와 문학 엉터리 바다를 삼킨다 저쪽에 나타나 이쪽을 삼킨다 오늘도 삼키는 너의 입은 까욱까욱 울면서 처박히는 밤을 삼키고 나를 삼키고 아직도 나를 성큼성큼 삼킨다 아아 싸이프러스 나무여 2022.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