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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104

반 고호 2 - 김춘수 눈먼 하늘에는 눈먼 해가 혼자서 목구멍이 끓고있다. 해소병앓이처럼 보리밭 어디서 문득 생각난듯 종달새가 한마리 날아오른다. 휘이 휘이 삐이이! 어디로 갈까? 종달새도 눈이 멀어 언제까지나 그가 울고간 떫디 떫은 소리만 귓전에 남는다. 2022. 2. 16.
반 고호 1 - 김춘수 그의 해바라기는 씨가 없다. 어디로 갈까? 지구처럼 해를 바라고 돌아나 볼까? 씨가 없으니 한번 죽으면 다시 또 오지 못할 이승. ​이승의 하늘은 얼굴이 없고 감자를 먹는 가난한 가족과 부러져 튀는 다리가 강 위에 있다. 어디로 갈까? 여름 염천(炎天)에 해바라기의 모서리가 가맣게 타고 있다. * 해바라기 : 고호의 그림 제목 * 감자를 먹는 가난한 가족 : 고호의 그림 제목 * 부러져 튀는 다리 : 고호의 그림 제목 2022. 2. 16.
디딤돌 - 김춘수 천사는 프라하로 가서 시인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하고, 반 고호는 면도날로 제 한쪽 귀를 베고 있었다. 누가 가만 가만히 디딤돌을 하나 하나 밟고 간다. -- 디딤돌이라는 제목의 시편이 여럿 있다. 확인해 볼 것. 디딤돌 1 디딤돌이 달빛에 젖어 있다 아내의 한쪽 발이 놓인다 어디선가 가을 귀뚜리가 운다 무중력 상태의 한없이 먼 곳에 아내는 떠 있는 느낌이다 2022. 2. 15.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太陽)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華麗)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 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32살 젊은 나이에 죽고만 함형수(1914-46)의 대표작으로 1936년 [시인부락] 창간호에 실렸다. 5행으로 된 짧고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 시는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시에 나오는 해바라기, 태양, 보리밭, 노고지리(종다리) 등의 소재가 자연스럽게 고흐를 떠올리게 한다. 고흐가 해바라기와 그 해바라기가 상징하.. 2022.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