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216 너의 집 지하철 아가리를 벗어나 핫도그 아줌마를 지나고 귤 트럭이 진을 친 곳에서 살짝 왼쪽으로 꼬부라지면 누구에게나 빌려 드린다는 만화 가게 그 옆 우리과 교수님의 이름을 딴 송옥 휴게소 다시 네 갈래 길에서 식료품 가게를 표적으로 오른쪽으로 돌면 대문 큰 집, 하나 둘 열 걸음, 스무 걸음, 왼편으로 보이는 좁다란 골목 그 골목 왼쪽 첫 번째 집, 너의 집 전등들은 지칠 줄도 모르고 장독대엔 사이좋은 장독들 하나 둘, 다섯 무서워, 담 위에 뾰족 보초선 쇠창살 무서워 침침한 가로등 켜진 전봇대에 기대면 눈 감을 것도 없이 네 얼굴 나를 채우고 하나 둘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훌라훌라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겠니 찾겠니 찾겠 니 굳게 닫혀진 초록 대문 .. 2016. 4. 14. 우렁이의 죽음 누군가의 실수로 버스 간에 떨어진 우렁이무심한 발걸음에껍질 바스라지고 내장 드러낸 채이 세상 하직한 뒤다시 투덜거리는 손길에차창 밖으로 내던져졌다그렇게 사라진 우렁이는사람들 뇌리를 스치기도 전에 지워지고버스는 신나게 제 갈 길을 간다 우렁이의 체액버스 바닥을 흐르며죽음을 증언하여도피곤한 사람들 빈자리 찾기 바쁘다자리 잡고 눈감기 바쁘다 (19890605) (20230822) 우렁이의 죽음 누군가의 실수로버스 간에 떨어진 우렁이무심한 발걸음에껍질 바스라지고 내장 드러낸 채이 세상 하직한 뒤다시 .. 2016. 4. 14. 노대 바람 금시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먹빛 하늘 아래 온 천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이 바람, 바람 소리뿐 미약하나마 내 두 다리로 뿌리박고 서지 않는다면 허공으로 솟구쳐 실 끊어진 연처럼 어드메 이름도 모를 곳으로 날려가 버릴 지도 모를 일 풀은 최대한의 낮은 포복으로 생을 견디어 내고 나무는 애시당초 이곳에 머무를 꿈을 포기한 듯. 온몸을 벌떼처럼 쏘아대는 돌부스러기들, 급기야 내 판초우의는 억센 손길에 몸을 맡기고는 바람의 수천 번째 첩으로 전락하고 사분오열 만신창이로 찢기우는 몸을 추스리고, 애라 바람의 연인이나 될까 유혹을 가늠질하며, 대청봉이라 이름 붙여진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갈짓자로 물러나며 나아간다 (198901**) (199510**) (20230823) 노대 .. 2016. 4. 14. 어머니 천근 쇳덩이로 내리누르는삶의 무게에수면, 그 평화의 시간에도일그러진 얼굴 펴질 못하신다. 마르지 않는 눈물로 가시밭을 일구어흰구름 머리에 이는시간의 끄트머리에서야겨우 구석 자리 하나 마련하신어머니,전생(全生)의 보람인 듯자랑인 듯돌이킬 수 없는 허무인 듯 남을 속이지 않는 곧은 마음으로가시밭을 일구고자식새끼 향한 사랑으로당신의 삶을 버렸건만지금, 그 일그러진 얼굴 위엔앓는 신음 소리만이훈장인 듯흉터인 듯떠돌고 있다. (198804**)(198901**)(20230822)(20241112) 어머니 천근 쇳덩어리로 짓누르는인생의 무게에수면, 그 평화의 시간에도일그러진 얼굴 펴질 못하신다. 마르지 않는 눈물로 가시밭을 일구어흰구름 머리에 이는시간의 끄트머리에서야겨우 구석 자리 하나 마련하신어머니,전생(全生.. 2016. 4. 14. 이전 1 ··· 49 50 51 52 53 5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