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책을 읽다32

무라카미 하루키 - 노르웨이의 숲. 양억관 옮김. 민음사(1987, 2018) [감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인 이 작품을 이제야 읽었다. 일본 소설을 즐겨 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이 지나치게 대중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반딧불이'라는 단편 소설의 내용을 확장한 것이다. 나는 두 작품의 내용이 같은 것을 알고서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1987년에 나온 이 작품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을 비롯하여 주요 등장인물들은 막 20대가 되었거나 20대 초반이다(작품 초반에 잠깐 30대 후반의 주인공이 등장하기는 한다). 이 시기의 일본이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피상적인 지식 밖에 없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듯 일본이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 2022. 11. 18.
스콧 니어링 - 스콧 니어링 자서전. 김라합 옮김. 실천문학사(2000) - Scott Nearing. The Making of a Radical [감상] 스콧 니어링은 기득권의 주장에 맞서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간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인물이 그 이름 때문에 스콧 펙과 비슷한 그렇고 그런 사람이 아닌가 했으나,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이 책이 중요한 모티브를 작용하는 것을 보고 구입해서 읽었다. 인간 사회의 불평등이나 그 구조적 모순, 그것의 해결책으로서의 사회주의는 분명 바람직해 보이는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뿌리 깊은 이기심 앞에서 현실화에는 숱한 난제가 있다. 바꿔 말해 나와 타인의 거리를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할 것인가(타인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할 대상이자, 자칫 나를 해할 수도 있다)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적으로 기득권 세력.. 2022. 11. 16.
김훈 - 하얼빈. 문학동네(2022) [감상] 인간으로 한 평생을 산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니 한 개인은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가? 김훈은 다시 한 번 역사에 도전하여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오늘에 되살려 내었다.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는 이문열의 [불멸]이 12년 전에 출간 되었는데, 두 소설가가 역사 속의 한 인물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김훈의 문체에 흔히 비장미라는 수식어가 붙는 듯한데, 어쨌거나 역사 소설을 쓸 때 그의 필력이 더욱 힘을 받는 듯하다. 물론 중*단편에서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좋은 작품이 있다.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화장'이라는 작품은 한 남자의 미묘한 심리를 잘 살려낸 수작이었다. 대신에 [개], [내 젊은 날의 숲], [공터에서] 등 현대를 배경.. 2022. 11. 14.
신성국 외 - 만들어진 테러범, 김현희. 공감(2017) [감상] 천주교 신부이자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인 신성국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이 책을 보면 1987년의 칼기 사건은 남한 당국에 의한 조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꿔 말해 일본명 마유미로 알려진 김현희는 북한 공작원이 아니라 당시 안기부가 조작해낸 인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김승일(하치야 신이치)과 김현희(마유미)가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이 비행기를 타고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 공항에서 내린 뒤 바레인으로 갔고, 김승일은 음독 자살했고 김현희는 음독 자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점은 KAL858기가 이 두 사람에 의해 폭파되었을 것이라는 가능성 외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기가 힘들고, 이들이 북한공작원이 아니라 안기부 공작원으로, 안기부가.. 2022.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