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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책을 읽다

스콧 니어링 - 스콧 니어링 자서전. 김라합 옮김. 실천문학사(2000)

by 길철현 2022. 11. 16.

- Scott Nearing. The Making of a Radical

 

[감상]

스콧 니어링은 기득권의 주장에 맞서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간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인물이 그 이름 때문에 스콧 펙과 비슷한 그렇고 그런 사람이 아닌가 했으나,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이 책이 중요한 모티브를 작용하는 것을 보고 구입해서 읽었다. 인간 사회의 불평등이나 그 구조적 모순, 그것의 해결책으로서의 사회주의는 분명 바람직해 보이는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뿌리 깊은 이기심 앞에서 현실화에는 숱한 난제가 있다. 바꿔 말해 나와 타인의 거리를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할 것인가(타인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할 대상이자, 자칫 나를 해할 수도 있다)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적으로 기득권 세력이 제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부분들은 타파해 나가야 한다, 는 생각이 떠오른다. 

 

[정리](20220315-21)

 

-제1부. 내게 진실로 소중한 것들

47) 교육이란 평생을 두고 배우는 것이다. 학교가 교육의 시작이자 끝일 수는 없다.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편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그들의 복사판에 가까웠다. 그러나 하나둘 세상에 관해 배워가면서 나름대로 견해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내 생각을 감히 표현하려고 했던 적도 심심찮게 있었다. 

76) 완벽한 학생이란 곧 완벽한 앵무새였다.

77) 우리는 그저 우리 세대의 언어가 녹음되어 있는 디스크에 지나지 않았다. 

83) 세상에 고통이 있는 한 나는 편안할 수 없으며 감옥에 단 한 사람이라도 갇혀 잇는 한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 유진 뎁스의 말에 나는 일찌감치 공감했다. (Eugene Victor Gene Debs. 1855-1926. 노동조합 운동가. 데브스)

91) 톨스토이 - 나도 그처럼 채식주의자, 평화주의자,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101) 

101) 내 나름대로 연구하고 조사한 결과 나는 기독교 교회는 필라델피아뿐만 아니라 서구 문명 전체를 통틀어 반동과 부패의 온상이었고, 현재도 그렇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역시 권력구조에서 종교조적이 차지하는 반동적 역할을 강조해 줄 뿐이었다. 세속의 거물들과 교계를 거물들이 결탁하여, 민중의 눈을 가리고 찾취와 강탈을 일삼을 뿐이었다. 

108) 유명인사들과 매일 접촉하면서 나는 내가 속한 사회의 체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독서와 연구를 통해 기성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정보를 얻게 된 것이다. 

114) 봉급으로 가족과 함께 생계를 꾸려가는 강사들은 빈민층에 가깝거나 그보다 못한 생활을 했다. 

120)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육신의 욕망에 따르다가 타락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하여 자기 배를 불린다는 사실을. 

124) 갈런듸 기금에서 일한 경험은 개인 차원의 자선행위가 얼마나 헛된 행위이며, 더 심하게 말한다면 죄악에 가까운 행위인지를 깨닫게 해준 아주 좋은 기회였다. 만일 누군가 배고픔에 시달린다면, 푸짐한 식사 한 끼로 그를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행위는 일시적인 미봉책이지, 가난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또 수혜자는 기생적 생활습관을 얻어 재차, 삼차 구걸의 손을 벌리게 되어 있다. 구걸이 제도화되고, 빈곤에 익숙해지는 악습을 낳는 것이다. 

125) 인류 전체가 풍족하고 안락해진다면 모든 인간이 타락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확실하게 지속되는 안락보다 더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부를 피하지 않고 되레 그것을 추구했더라면 나는 분명 안이한 삶에 말려들었을 것이다. 

132) 좋은 교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관계되는 사실들을 끌어들여 논리적인 결론을 낼 줄 알아야 한다. 교실 안에서건 밖에서건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사실에 입각해 철저하고도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활동을 보장하는 것을 "학문의 자유"라 한다. 양심있는 교사라면 이 같은 의무를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을 것이다. 

135) 사기업 중심의 자본주의가 반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인 분배구조를 낳는다. 

146) 셀리그먼  -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게 과연 있다고 보시오? 나는 그것이 지닌 결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야말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체제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오. 역사적으로 말해, 특히 서구 문명사에 비추어볼 때,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한 체제라고 말이오. 

148) 다수는 결코 옳을 수 없다고 갈파한 입센의 말은 어쩌면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일 것입니다. 다수가 진실을 파악할 무렵이면 그 진실은 어느새 오류가 되고 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그 진실에서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가 있기 때문이지요. 

165) 그간 정치판에 몇 차례 기웃거린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미국에서 혁신적 정치이념이 살아남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급진주의자들에게 정치는 더 이상 의사전달통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선거철이 되어 일부 혁신계 후보들이 연단의 한귀퉁이를 차지하는 경우가 고작이 아닐까 싶다. 

171) 미국적 방식이란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 임금을 삭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가의 결단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적 방식이란 가난한 자는 현재대로 놓아두고 부자는 더 부유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상류층 인사'들이다. 

239) 전쟁은 한 집단이 무력을 사용하여 다른 집단에 자신의 의지를 강제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직접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전쟁에는 더 넓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전쟁은 권력을 쥔 자들에게 애국심이라는 미명하에 반대파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40) 어떤 전쟁에서든 최초로 희생되는 것은 바로 진리

 

제2부 황혼의 마지막 섬광

258) 독서와 경험과 토론과 사유의 결과, 나는 더 나은 사회질서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더 나은 사회질서를 향한 길은 진보라 일컬어졌다. 

259) 나는 자유주의를 '상한 갈대'라고 보낟. 개혁은 약탈자와 착취가들에게 면죄부와 무기를 제공해 줄 뿐이다. 오로지 혁명적인 변화만이 자본주의 체제라는 낡은 케이크를 부수고 그곳을 대신할 수 있는 세력과 제도를 위한 길을 열 수 있다. 

327) 경험과 연구를 통해 나는 전쟁은 문명의 핵심요소일 뿐 아니라 문명화된 인간이 만들어낸 최상의 역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357) 모든 계급사회의 밑바탕에는 '네가 일하고 나는 먹는다'는 원칙이 깔려 있다. 이 원칙은 사람들을 결합시키는 대신 뿔뿔이 떼어놓는다. 이 원칙은 협력의 반명제이다. 미국에 만연해있는 이 원칙은 오늘날 건강한 공화국의 장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독소 가운데 하나이다. 

362) 내가 서구 문명에 작별을 고한 첫번째 이유는, 서구 문명의 위선적 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섬기라'는 기독교도의 신앙고백과 '자기 자신을 위하는 모든 인간과 사탄은 낙오자가 된다'는 교리가 동시에 존재하는 기독교적 정신에서도 읽을 수 있다. 윤리적으로, 이런 구조를 지닌 문화양식은 살아남을 수 없다. 

364) 나는 일본에 핵무기를 사용한 것은 인류에 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파멸로 몰아간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었다고 생각하는 탓에 1945년 8월 6일 이후 미국 정부와의 모든 관계를 끊었다. 

371) 내가 오로지 내 자신과 몇 안 되는 지인들을 향해 말하고 글을 쓰고 잇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395) 의사라는 사람은 병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만 건강에 관해서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만큼이나 아는 게 거의 없다. 

400) 수억의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평범한 식사조차도 예의를 벗어나는 행위처럼 보인다. 

 

제3부 새벽 여명

448) 아침은 거짓 여명으로 시작된다. 별빛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동쪽 지평선을 따라 은은한 빛이 슬그머니 나타난다. 낮이 하늘에서 밤을 몰아낼 태세인 듯하다. 하지만 곧 별들이 반짝이다 사라지고 밤은 어느 때보다도 깊어진다. 동쪽 지평선에 잠시 나타났던 은은한 빛은 거짓 여명이었던 것이다. 이제 여명은 정말로 물러가고 동쪽이 밝아지면서 하늘이 환하게 빛난다. 그리고 며염이 낮으로 이어진다. 

459) 로망 롤랑 -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마다 사회는 그 아기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496) 충실한 보수주의자에서 확고한 급진주의자로

508) 지금 이 순간 사회 전반에 걸쳐 확대되어 가는 파괴적 세력에 반대하는 운동역량은 상재적으로 열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파괴적 세력은 모든 반대세력의 움직임을 묵살하고, 전인류를 파국의 길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현재로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나치게 이분법적)

510) 인간은 애초 무리를 지어 사는 속성을 지니지만, 개인적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 관심사를 생각하면, 전체가 부분보다 우선하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사회는 개인 또는 개체보다 우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