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408 최승자 - 여자들과 사내들 -- 김정숙에게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사내의 눈물 한 방울 망막의 막막대해로 삼켜지고 돌아서면 그뿐 사내들은 물결처럼 흘러가지만,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 잊으려고 잊으려고 여자들은 바람을 향해 돌아서지만, 땅거미질 무렵 길고긴 울음 끝에 공복의 술 몇 잔, 불현듯 낄낄거리며 떠오르는 사랑, 그리움의 아수라장. 흐르는 별 아래 이 도회의 더러운 지붕 위에서, 여자들과 사내들은 서로의 무덤을 베고 누워 내일이면 후줄근해질 과거를 열심히 빨아 널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1990). 18 - 이 시는 아주 적나라하게 리얼한 연애시이다. 1연의 비유가 놀라우며,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라는 표현도 충격적이다. 최승자를 최승자.. 2023. 9. 13. 최승자 - 억울함 사공이 사라진 하늘의 뱃전 구름은 북쪽으로 흘러가고 청춘도 병도 떠나간다 사랑도 시도 데리고 모두 떠나가다오 끝끝내 해가 지지도 않는 이 땅의 꽃 피고 꽃 져도 남아도는 피의 외로움뿐 죽어서도 철천지 꿈만 남아 이 마음의 독은 안 풀리리니 모두 데려가다오 세월이여 길고긴 함정이여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1990). 78 - 뭔가 답답하고 하나 같이 뜻대로 안 되는 것은 느껴지지만, 시어가 모호하고 감정 또한 모호하다. 2023. 9. 13. 이영광 - 홀림 떨림 울림(시가 있는 아침). 나남. 2013(2014) - 후감 이영광은 시를 시적인 해설로 풀어놓았다. - 정리 19) 순결한 것들은 다 아름답게 미친 것들이다. 이들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만다. 29) 특별한 말을 골라 쓴다기보다는 말을 특별하게 쓰는 것이 시이다. 어떤 말은 제자리에 놓인 것만으로도 주위를 빛나게 한다. 52) 시는 자주 가까이 다가온 먼 것의 목소리. 2023. 9. 13. 황인숙 - 겨울 햇살 아래서 - 갑숙에게 철 모르고 핀 들풀꽃과 미처 겨울잠에 들지 못한 철없는 꿀벌이 겨울 햇살 아래서 만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고 한다 우리한테 미래는 없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들은 미래에 대해 곰곰 생각하는 얼굴일 것이다 겨울 햇살 아래서. - 삶은 그 뒤에 어떻게 될 값이라도 향유해야 할 그런 것인가? 아마도 늦게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하는 시인 듯. 2023. 9. 13.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102 다음